
영화 ‘연애의 온도’를 연출한 노덕 감독은 주연배우 이민기에 대해 “미워할 수 없는 악동 소년”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그동안 이민기가 연기했던 캐릭터와 똑 닮았다. 귀신이 무서워 연인 앞에서 체면 구기는 마술사(영화 ‘오싹한 연애), 2% 부족하지만 순수한 매력의 경상도 청년(영화 ’해운대‘), 어쩌다가 폭탄을 배달하게 된 퀵서비스맨(영화 ’퀵‘) 등 이민기는 어수룩한 장난기 속에서 여성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실제 이민기 역시 이런 이미지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낯을 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슬금슬금 장난을 걸어오는 이 조용하고 유쾌한 청년은 ‘연애의 온도’를 통해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있었던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의 이름은 이동희. 20대 후반의 은행원인 동희는 직장동료 장영(김민희 분) 비밀 사내연애를 하다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다가…. 자세한 것은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를 통해 확인해 달라며 이민기는 웃었다.
- ‘연애의 온도’는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는 연인의 소소한 일상을 그렸다. 이런 경험을 해봤나.
연인이 아니라도 이런 과정은 인간관계 속에서 겪게 되는 일인 것 같다. 내 경우는 친구든 선후배든 연인이든 헤어졌다 다시 만나게 된 이후에는 그들과의 관계가 많이 달라졌고 좋은 쪽으로 향상됐다. 반면 몇 없지만 내게 진심으로 상처를 줬던 친구들과는 다시는 안 보는 사이가 되기도 했다.
- 김민희와 호흡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랑에 빠지는 연인들의 과정을 그린 게 아니라 이미 공유한 시간을 뒤로한 남녀의 모습을 표현했다. 과거의 일을 바탕으로 현재를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솔직히 수월했다.(웃음) 동희와 영이의 관계는 현재에 모두 표현된다. 굳이 과거에 어땠을까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 다만 관객들이 동희와 영이가 아니라 이민기와 김민희의 부딪힘을 보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그래서 친해지려고 촬영 전부터 자주 만났다.
- 김민희와 노덕 감독은 이민기에게 모두 누나다. 두 누님과 함께한 술자리는 어땠나.
김민희 누나와는 친구처럼 지내려고 했다. 또 노덕 감독은 누나보다 감독이라는 포지션에 집중했다. 물론 술자리에서 조금 취하면 감독님을 “누나”라고 부르고 감독님도 “민기야”라고 불렀다.(웃음) 그래도 촬영장에 복귀하면 다시 “감독님”, “민기씨”가 됐지만.(웃음)
- 김민희와의 베드신이 인상적이었다. 노출이 심한 장면도 아닌데 은근히 야한 느낌이 있더라.
은근 야하다는 평가가 기분 좋게 들린다.(웃음) 극중 베드신을 보면 넓은 풀샷보다 나와 김민희를 가까이서 잡아 접근한 화면이다. 두 남녀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고 진솔하게 담기 위한 편집인 것 같다. 덕분에 현실적인 장면이 완성됐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대사도 상당히 현실적이다. 물론 현실 속 연인들이라면 저런 상황에서 말없이 서로에게 집중했겠지만.(웃음)
- 이런 부분 때문에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것일까.
솔직히 19금 판정은 우리 모두에게 ‘멘붕’이었다. 욕설이 좀 있지만 캐릭터의 감정선을 드러내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나왔더라. 재심의 신청을 했으니 기다려보려고 한다. (한편 ‘연애의 온도’는 비속어, 사내 불륜 등의 내용으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아 일부 장면을 편집해 재심의를 신청했지만 같은 이유로 또 한 번 19금 판정을 받았다.)
- 극중 동희는 영이와 헤어졌음에도 폭발적으로 질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민기도 이런 경험을 해 봤나.
어렸을 일이다. 중학교 때 친구와의 사이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고, 고등학교 때 여자 친구한테 한번 그랬었다.(웃음)
- 회사 상상 앞에서도 거침없이 행동하는 동희의 자유로움이 부럽지 않나.
극중 동희의 행동들은 현실에서 거의 사고 수준이다. 난 배우가 된 이후 직업 특성상 남들은 해도 되지만 나는 하면 안 되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그건 대형 사고겠지.(웃음)
- 동료 여자 스타와 ‘사내 연애’를 해본 적 있나.
내게 신념이 있다면 “웬만하면 사내 연애 안 하고 싶다”는 것이다.(웃음) 그런데 감정이란 것이 내 맘대로 안 되는 것 아닌가. 지금은 현실적으로 “안돼!”라고 생각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 ‘연애의 온도’ 이후 차기작을 정했나.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차기작은 영화가 될 것 같다. 빨리 캐스팅이 성사됐으면 좋겠다. 어딘가 마음 둘 곳이 정해지는 것만큼 안정을 느끼는 순간도 없다.

박민경 기자 minkyung@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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