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배 정겨운 통영운하에 싱그러운 봄기운 물씬
다도해의 품에 안긴 작은 해안도시서 한껏 봄을 만끽한다

통영 아가씨를 연모했기에 그 시인의 눈에만 유독 통영 바다가 아름다워 보였을까. 그 바다를 한번이라도 만나 본 사람은 백석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통영의 바다를 그토록 찬미하지 않았겠는가.
요즘 향긋한 봄내음이 가득한 통영 바다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산꼭대기에 올라 섬들이 촘촘히 박힌 다도해를 내려다봐도 좋고, 유람선이나 요트를 타고 파도를 가르며 기암괴석이 가득한 섬들을 둘러봐도 좋다. 자전거 페달을 밟거나 타박타박 걸으며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바닷가 길도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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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미륵도의 남쪽 해안을 지나는 삼칭이 자전거길. |
‘한려수도의 중심’에 자리한 통영은 우리 땅을 대표하는 바다 풍경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미륵도 가운데 솟은 미륵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다도해 풍경. 2008년 봄 케이블카가 연결되며 이제 전국적인 명소가 돼서 더 설명이 필요 없을 듯싶다.
미륵산 정상에서 남쪽 해안을 내려다보면 해안선을 따라 도로가 이어져 있다. 이곳에 전국의 자전거 동호인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는 아름다운 자전거길이 숨겨져 있다. 수륙에서 일운까지 이어지는 ‘삼칭이길’로, 해안선을 따라 구비구비 3.8㎞나 이어진다. 한쪽에는 넘실대는 파도가, 반대편에는 기암절벽이 이어지는 이 길 위에서 요즘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따스하고 싱그러운 봄바람이 가슴 가득히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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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삼칭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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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향기 가득한 통영운하를 지나는 통통배가 하얀 물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해가 지면 통영대교에 조명이 커져 이 일대에는 멋진 밤풍경이 펼쳐진다. |
통영에서 빠트릴 수 없는 또 다른 명소가 육지와 미륵도를 연결하는 통영대교와 그 아래를 흐르는 통영운하다. 해 질 녘 동쪽 충무교에 올라 서쪽 통영대교를 바라보면 서북쪽 산에 걸린 석양이 S자로 흘러가는 통영운하에 붉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바닷물 왕래를 막던 모래를 걷어내고 1932년 만들어진 통영운하는 한산대첩 때 이순신 장군의 수군에 패퇴한 왜군이 떼죽음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 이 일대는 통영 최고의 야경 명소다. 밤이면 통영대교에 조명이 켜지고 그 불빛이 그대로 통영운하에 비쳐져 멋진 밤 풍경을 연출한다.
통영운하 아래로는 그 당시 같이 만들어진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이 연결돼 있다. 길이 438m로, 뒤에서 바라보면 마치 사람이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통영운하 일대는 이같이 다리·운하·터널이 3중 교통로를 형성하고 있는 이색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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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운하 밑을 지나는 해저터널. 터널의 형태와 조명이 어우러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
통영 앞바다에 떠 있는 섬들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도 수려한 풍경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소매물도를 필두로 한 한산도·욕지도·연화도·사량도·비진도 등은 우리 땅을 대표하는 섬 여행지들이다. 이젠 그 명단에 장사도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통영에서 뱃길로 40분 정도 걸리는 장사도는 1986년 마지막 주민이 떠나며 버려진 섬이었으나, 이제 자연공원으로 거듭났다. 거제의 외도를 벤치마킹한 섬 공원으로, 외도보다는 좀 더 자연미를 살렸다.
‘장사도 해상공원 카멜리아(Camellia·동백)’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문을 연 장사도는 10만그루의 동백나무로 뒤덮인 동백섬이다. 지금 장사도 곳곳에는 동백꽃이 만개하고, 꽃이 늦게 피는 동백터널의 바닥에도 새빨간 꽃송이들이 깔리기 시작했다. 산책로 따라 조성된 16개의 전망대에 서면 한눈에 들어오는 바다 풍광이 일품이다. 이 바다와 동백꽃을 즐기기 위해 배편이 그리 편하지 않은데도 지난해 45만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통영=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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