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정권 권력교체 일어날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이날 국영 방송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차베스 대통령은 2년 넘게 병마와 힘겹게 싸우다 생을 마감했다”고 발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오랫동안 권력을 독점했던 차베스가 사망하면서 베네수엘라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차베스를 대신할 만큼 영향력 있는 차세대 정치인이 없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의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차베스의 뜻에 따라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까지 마두로 부통령이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며 3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집권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PSUV)의 마두로 부통령과 야권 통합연대(MUD)의 엔리케 카프릴레스가 ‘포스트 차베스’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 등에서 마두로 부통령이 우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권력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큰형님’ 잃은 중남미 좌파
남미에서 가장 오랫동안 좌파 정권을 유지하며 2000년대 남미의 사회주의인 ‘분홍 물결’을 주도한 차베스의 사망은 중남미 정치 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차베스 사망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정상회담이 취소되는 등 남미 정상들의 공식 외교 일정도 중단됐다.
그동안 차베스는 풍부한 석유자원을 이용해 ‘석유외교’를 펼치며 국제적 영향력을 과시했다. 쿠바와 니카라과 등 중미와 카리브해 17개국에 싼값에 원유를 공급하는 방법으로 반미 진영을 관리했다. 오일머니 지원에 힘입은 중남미 국가들은 반미 좌파 대중주의 정권 운동 ‘볼리바르동맹’에 동참했다. 차베스는 미국에 석유 공급을 전면 중단할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와 정치·경제적으로 연대했던 국가들의 결속력은 차베스 사후 자연스럽게 약화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 정권이 바뀔 경우 다른 좌파 남미 국가에도 영향을 미쳐 우파와 중도좌파가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사회 애도…견해차는 여전
차베스 사망 소식에 국제사회의 애도 메시지가 잇따랐다. 하지만 국가에 따라 미묘한 견해 차이도 나타났다.
차베스가 생전 암 수술을 받았던 맹방 쿠바는 3일간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쿠바 정부는 TV로 낭독한 공식 애도 성명에서 차베스는 쿠바 혁명의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의 “진정한 아들과 같았다”고 추모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위대한 남미인이자 브라질인의 친구인 차베스 대통령 사망은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도 슬픔을 표시했고, 평소 차베스를 ‘형제’로 부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차베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생생하게 살아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북한은 조전을 보내 “그가 나라의 주권을 수호하고 라틴아메리카의 통합에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반면 차베스 정권과 각을 세워온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역사에 새 장이 시작된다. 미국은 여전히 민주주의 원리, 법치, 인권 존중을 촉진하는 정책에 헌신한다”는 짤막한 성명을 발표했다.
백소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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