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맨 홍인규는 어느덧 데뷔 10년 차, ‘개그콘서트’ 서열 4위에 접어들었다. 2004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숱한 코너를 누빈 그는 ‘집으로’ ‘꺾기도’에 이어 최근 ‘갑을컴퍼니’ 말단 사원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앳된 얼굴과 목소리로 어린이 캐릭터를 도맡았던 홍인규는 최근 ‘갑을컴퍼니’를 통해 직장인의 애환을 웃음으로 녹여내고 있다. 직장생활을 소재로 한 개그 코너는 홍인규에게나 시청자에게나 신선하게 와 닿았다.
◆ ‘갑을’ 직장인 소재, 새로움 찾다보니…
“코너를 짤 때 ‘새로운 반찬이 없나’ 부터 생각해요. 서수민 PD님이 남녀노소 볼 수 있는 코너를 선호하세요. 그간 다뤄지지 않은 소재를 떠올리다 직장인을 타깃으로 잡고 몇몇 동료들과 코너를 짰어요. 노년층은 ‘어르신’, 어린이들은 ‘꺾기도’, 여성들이 ‘불편한 진실’ 코너를 좋아하시는 것처럼 직장인이 좋아하는 코너를 만들어보자 했던 거죠”
홍인규는 경험해보지 못한 직장생활의 애환을 인터넷이나 직장인 친구들부터 얻는다고. 피부로 느껴보지 못한 직장생활을 개그 코너에서 대리 체험하는 기분이 궁금했다.
“인터넷을 보니 회식을 싫어하는 직장인들이 많던데 몰랐던 사실이에요. 야근을 그렇게 많이 하는 줄도 몰랐고, 상사가 퇴근하기 전 부하직원이 눈치 보느라 못 가는 애환도 이번 코너를 하면서 알게 됐어요.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구나’ 다시 한 번 느끼게 됐죠.”
그는 이내 “개그맨이 아닌 직장인은 자신 없다”며 손 사레를 쳤다. 이유인즉 10년 넘게 늦은 오후 일어나 밤늦게까지 일하고 새벽녘에야 잠드는 사이클을 이어왔기 때문이라고. “아침 스케줄이 버겁다”고 푸념하지만 홍인규는 ‘개콘’의 아이디어 뱅크로 개그 욕심 많고, 부지런한 개그맨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 ‘잘 살리는’ 개그맨과 친한 개그맨
홍인규에 따르면 개그맨의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단다. 아이디어가 많지만 연기력이 안 되는 개그맨, 아이디어는 부족하지만 연기력으로 잘 살려내는 개그맨, 아이디어도 좋고 잘 살려내는 개그맨, 그리고 아이디어와 연기력이 특출 난 개그맨과 친한 개그맨이 그것이다. 홍인규는 어떤 유형일까.
“저는 잘 살리는 개그맨과 친한 개그맨? 언제 누가 잘될지 모르니 두루 친해놔야 해요.(웃음) ‘개콘’에서 금방 전세가 역전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거든요. 신보라가 처음엔 약해보이고 평범한 외모였는데 요즘 카메라 마사지를 받더니 부쩍 예뻐졌더라고요. 유세윤도 이렇게 잘 될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어요. 오히려 장동민-유상무가 더 잘될 줄 알았죠. 장동민-유상무는 나대는 스타일인데 반해 유세윤은 조용했거든요.”
홍인규가 출연한 코너 중 ‘집으로’ ‘꺾기도’ ‘갑을컴퍼니’는 그가 아이디어를 보태 탄생했다. 그는 “10년차 정도 되니 개그 짜는 능력이 있을 뿐”이라며 “경력사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자신이 내놓은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코너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제가 이끄는 코너를 만들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잘 안됐어요. 지시도 하고 코너를 이끌고 가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보니 나눠주는 스타일이 제겐 더 맞는 것 같아요. 각자 자신에게 맞는 역할이 있는 거니까요. 제가 아닌 다른 동료가 캐릭터에 더 어울린다면 동료가 하는 게 맞죠. ‘꺾기도’에서 준호 형이 ‘까불이’고, 제가 ‘다람쥐’여서 살았던 것처럼요.”
홍인규는 어려보이는 얼굴과 목소리 때문에 유머코드와 캐릭터가 한정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 한편 장점으로 승화하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처음 ‘슈퍼스타KBS' 심사위원 역할로 거론됐다 목소리 톤 때문에 교체된 적 있어요. 건달 역할도 안 어울려 맡을 수 없었죠. 아이 목소리 때문에 자꾸 벽에 부딪히니 고민도 많았어요. 그런데 역으로 ’잘하는 걸 하자‘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꺾기도‘를 통해 유치하고 생각없이 볼 수 있는 개그가 제게 잘 맞다고 생각했어요. 까불고 아이디어로 웃길 수 있는 캐릭터가 제겐 맞는 것 같아요.”
◆‘갑을’ 이 탄생시킨 스타, 아들 홍태경
‘갑을컴퍼니’에는 홍인규의 아들 홍태경군이 출연해 귀여운 외모와 남다른 예능감으로 주목받고 있다. 태경군은 ‘개콘’ 출연 이후 SBS ‘붕어빵’을 비롯한 각종 방송프로그램과 CF 섭외 요청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일각에서는 ‘태경군이 아빠 홍인규의 인기를 넘어선 거 아니냐’는 우스개도 들려오고 있다.
홍태경군은 ‘개그콘서트’ 특집 당시 가족을 등장시켜보자는 서수민 PD의 제안으로 깜짝 무대에 오르게 됐다. 홍인규는 태경군의 인기에 대해 “제게도 아들이 있을거란 사실에 놀라겠다는 생각만 했지 이같은 인기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김준호 형이 ‘태경이만 뜨고 우린 다 묻혔다’고 농담했다”고 말했다.
“태경이가 동생과 다투는데 ‘나는 TV도 나오고, 라디오에도 나왔다’고 말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태경이가 방송 출연에 대한 자부심은 있는데 인기가 있다는 것은 모르는 것 같아요. 얼마 전 태경이가 미술학원 친구한테 저도 못 받아본 팬레터를 받아왔는데 기분이 묘했어요.(웃음)”
홍인규는 아들의 방송활동에 대해 “아들의 끼가 다분하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밀어주고 싶다”면서도 “섭외 요청이 많지만 지금은 태경이가 좋아하는 ‘붕어빵’에만 출연하고 있다. 부모 욕심에 처음부터 많은 걸 시키면 당황할 것 같아 조금씩 좋아하는 걸 시켜주고 있다”고 전했다.
◆ ‘월요병’ 상기시켜 죄송합니다
홍인규는 ‘갑을컴퍼니’의 흥행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어떤 코너도 대박을 예상하고 만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사실 한 주 한 주 코너를 통과시키는 데 급급해요. ‘재밌는 있겠다’ 정도지 대박날 거라는 생각으로 코너를 짜진 않아요. 셋이 호흡을 맞춘 ‘갑을컴퍼니’ 첫 녹화 때 관객반응을 보고 ‘망쳤다’ 했는데 김준호 사장의 투입으로 잘 만들어졌어요. PD님과 김준호 선배님이 없어질 만한 코너를 잘 살려주신 거죠.”
‘갑을컴퍼니’가 직장인의 공감을 이끌며 호평 속에 방송되고 있다. 홍인규는 “직장인들이 일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출근을 상기시킨다고 하시더라”며 시청자의 애정 어린 불만을 전했다. 그는 시청자의 불만에 사과와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의도치 않게 내일 출근해야 하는 일을 일찌감치 실감케 했네요. 웃음이 먼저이다 보니 직장인의 애환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부분 죄송합니다. 정규직 문제 등 나름 시사적인 부분을 담아내려고 했지만 그 부분이 부각되다보면 진지함만 커져버릴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공감하실 수 있도록 웃음 속에 애환도 잘 담아내려고 합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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