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은 선거로 검증할 수 없어 수학, 과학 등에서 세계적인 학업성적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부분이 인성교육이다. 물론 밥상머리 교육에서 시작하는 인성교육은 가정 그리고 지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유청소년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인성교육이야말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밑거름이 된다.
![]() |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교육 행정학 |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선생님과 학교를 이끌고 인성교육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교육감이 선거의 각종 비리에 연루되고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충청남도, 인천시, 경상남도의 경우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한두 사람 개인문제가 아니라면 이는 교육감을 선발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교육은 헌법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성의 이유로 지방교육자치가 일반지방자치와 분리돼 운영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도 많은 경우 선거 후유증으로 공사수주특혜 등의 각종 비리에 연루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교육의 수장은 달라야 한다. 국립대학 총장도 90년대 민주화의 차원에서 직선을 유지해오다가 이제는 초빙 형식인 간접선거로 바뀌었다. 유초중고교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집행하는 책임을 지는 교육감의 덕목은 전문성과 함께 엄정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두 마리 토끼를 하나의 팔매로 잡을 수 없듯 주민의 직접적인 선거로 전문성과 도덕성을 함께 검증할 길은 없다. 따라서 교육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지방교육자치법은 개정돼야 한다.
교육감을 원천적으로 비리로부터 자유롭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빚이 없어야 한다. 선거를 통해 금전적인 빚은 물론 마음의 빚을 지고 취임하게 되면 각종 유혹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둘째, 인사청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선거를 치르기 위해 각종 캠프의 동원이 필요 없게 되면 공정한 인사, 투명한 인사정책이 가능해 진다. 셋째, 선거에 의해 주어진 권력이 아니라 전문성에 의해 초빙된 권력의 경우, 혼자 중요한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을 초빙해 준 이해관계자와 함께 의사결정을 공유할 수 있어 제도적인 견제장치가 견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사관을 활용한 내부통제와 같은 시스템에 있어서 주민의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된 교육감이 감사관을 임명하는 경우와 교육감의 임명권으로부터 자유로운 감사위원회와 같은 제도의 활용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우리는 자주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학교교육이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선발 시스템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시사를 얻는다. 우리나라와 같이 시도 광역자치단체장과 별도의 시도교육감을 주민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하는 경우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망라해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감의 도덕성은 선거로 검증될 수 없다는 점에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물론 현행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초빙제나 시도지사와의 러닝메이트 제도로 개선된다고 해서 교육감 비리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차선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교육감직선제의 개정은 필요하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교육 행정학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