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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 10년] 지하철 안전·인력문제 여전히 숙제

입력 : 2013-02-17 23:26:48 수정 : 2013-02-17 23: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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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지 않은 1인 승무제… 예산절감 명분 승객안전 뒷전
화재 진압·승객 유도까지 기관사 책임
위험 상황 닥치면 혼자선 통제 불가능
예산난에 뚜렷한 대책없이 ‘차일피일’
대구지하철 참사 때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큰 ‘재앙’을 불러왔던 기관사 1인 승무제 문제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하철이 여전히 기관사 1인 승무제를 운영 중이다.

지하철 역사 내 안전 문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예산 절감과 자동화기기 도입에 따른 근무인력 감소로 일부역의 경우 역무원 한 명만이 근무하는 실정이다. 사고 발생 때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이유다.

◆“사고가 나면 기관사는 슈퍼맨?”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언젠가 터질 겁니다.” 최근 대구시 달서구 대구도시철도공사 월배차량기지사업소에서 만난 한 기관사는 10년 전과 같은 사고가 날 경우 속수무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당시 말이 많았던 (기관사) 1인 승무제는 여태껏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사고 발생 때 기관사 한 명이 지하철과 승객을 책임져야 하고, 화재 진압부터 승객 유도까지 하는 슈퍼맨이 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서울도시철도와 대구지하철공사의 ‘현장조치 매뉴얼’에 따르면 화재 발생 때 기관사는 가장 먼저 공기호흡기와 방독면을 휴대하고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자체 진압이 불가능할 경우 종합관제센터에 보고하고 승객에게 안내방송을 해야 한다. 열차출입문을 열고 승객이 터널로 대피해야 할 경우 이동식 피난계단을 설치해야 한다. 소화작업 및 승객 대피 유도, 119 도착 때 현장안내도 기관사의 업무다. 이 모든 과정은 상황 발생 5분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10년 전 대구지하철참사와 같은 화재 발생 때 3분 이내에 사고 현장을 빠져 나와야 한다. 하지만 기관사 1인이 감당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기관사는 “대구지하철참사 이후 기관사들 사이에서는 사고가 나면 현장에서 죽든 살아서 교도소에 가든 둘 중에 하나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고 회상했다.

◆‘죽음’ 부르는 기관사 1인 승무제

지난달 19일 서울 지하철 6호선 기관사 황모(40)씨가 공황장애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천 지하철 기관사 최모(36)씨가 비슷한 질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서울지하철의 한 기관사는 “1인 승무제는 기관사의 심리적 부담이 크고 사고 위험이 높다”며 “1인 승무제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기관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자칫 운전 중 대형 사고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1인 승무제는 대구지하철참사 같은 사고 발생때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기관사에게도 과도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캄캄한 지하철 노선을 전조등 불빛에 의지해 달려야 하는 정신적 피로감과 수백 명에 이르는 승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또한 크다.

하지만 지하철공사 측은 예산 등의 문제로 기관사 1인 승무제를 고집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방침만 밝힐 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물지 않은 상처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한 켠에 있는 ‘통곡의 벽’이 사고 당시 아픔을 말하는 듯하다. 이곳은 중앙로역 복구작업에서 제외됐던 30m 길이의 역내 공간으로, 희생자 유가족들의 뜻에 따라 당시 모습대로 보존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발 내가 혼자 근무할 때 사고 안 났으면…”


지하철 역무원들의 근무여건 또한 1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서울도시철도 5호선에 근무하는 역무원 김모(46)씨는 월평균 6일은 야간 1인 근무를 한다. 주간 근무가 끝나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30분까지 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은 그의 책임이다. 김씨는 “역사 내에 취객이나 노숙자가 난동을 부려도 혼자 감당할 수가 없어 현장에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화재와 같은 대형사고 발생 땐 상상도 할 수 없다”며 불안해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내놓은 현장조치 매뉴얼은 역사 화재 발생시 현장 역무원 4명과 공익근무요원 1명, 용역원 1명 총 6명 기준으로 작성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방화관리 총괄, 승객 대피유도와 구호조치, 사고 발생 신고와 에스컬레이터 운행정지, 대피유도 방송, 제연설비 가동 확인 업무, 화재 시 현장확인 및 진화, 비상 게이트 개방 업무 등을 역무원 1명 내지 2명이 처리해야 한다.

서울도시철도공사 노동조합 황우진(40) 역무본부장은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매뉴얼은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면서 “무엇보다 안전을 강조한다고는 하지만 최소한의 인력배치도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시민들의 안전이 담보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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