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정’과 ‘반성’입니다. 일본이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미국 다트머스대 정치학부 제니퍼 린드 교수는 1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일본의 과거사 처리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고노담화’ 수정 검토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해 주목을 끌었다.
린드 교수는 또 “미국이 일본에 사죄하도록 압력을 넣을 수는 없지만 일본이 진실을 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위안부’를 ‘성노예’로 바꿔 언급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인터뷰는 이메일과 전화로 이뤄졌다.
―왜 그런 칼럼을 쓰게 됐나.
“동아시아 외교정책에 대해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WP 편집자가 일본에 대한 관심이 많아 내 글을 실은 것 같다. 요즘 언론에 ‘재팬 패싱’(Japan-Passing·일본에 관심이 낮아 그냥 지나치는 현상) 경향이 있다. WP는 예외인 것 같다.”
―잘못을 저지른 국가가 왜 진실을 인정하고 사죄하지 않는지.
“역사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국가는 교과서나 기념비, 지도자 연설 등을 통해 늘 그걸 애써 무시하고 거짓말을 하거나 부정했다. 독일은 예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독은 나치 범죄에 대한 책임을 모두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일본이 독일처럼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제사회 행동기준이 발전하면서 점차 ‘진실 말하기’(true-telling)에 적극적이다.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모든 정부를 압박해 진실을 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죄’, ‘사과’의 본질은 무엇인가.
“사죄를 하는 성명이나 행동은 두 가지 핵심 요소를 담아야 한다. ‘인정’과 ‘반성’이다. 잘못한 일을 인정하고 후회스런 일이었다고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 일본 지도자들이 유감스럽다고 말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정말로 범죄인지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미안한 국가들’(Sorry States·린드 교수 저서 제목)이 사죄할 때 어떤 자세가 중요한가.
“가끔 희생자를 진심으로 어루만질 수 있는 사죄를 하는 지도자들을 볼 수 있다. 독일이 아주 성공적으로 해왔다. 그런데 사죄는 국내에서 보수파의 반발을 부르고, 이는 국제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좋은 정책이란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고 엄청난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명한 지도자라면 과거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자국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를 수정하려고 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와 동료 보수주의자들은 일본 역사에 대해 애국적인 얘기를 하기 좋아한다. WP 칼럼에서 강조하려 한 건 일본 보수파 지도자들이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실을 얘기해야 정치적으로도, 국가안보 목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일본이 사죄하도록 미국이 개입할 여지가 있을까.
“동맹국이라도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사죄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건 가능하지 않다. 사죄는 드물고 정치적으로도 복잡하고 어렵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는 건 다르다. 미국이 다른 모든 국가와 관계에서 해야 할 일은 ‘진실 말하기’를 지지하는 것이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위안부’가 아닌 ‘성노예’라는 표현을 쓴 건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성노예 프로그램의 억압적 측면을 덮어버리는 개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밝힌 것이다. 미국은 그런 방식으로 동맹국인 일본과 전 세계 다른 국가가 진실을 말하도록 해야 한다.”
―한·일관계 발전에 과거사가 항상 걸림돌이다. 양국에 조언한다면.
“일본이 큰 실수를 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 부상에 따른 안보 위협에 직면한 만큼 동맹국이 필요하다. 일본은 역사 문제에 대한 행동으로 한국 등을 떠밀어내고 있다. 일본은 실용적인 정책을 취하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 한국은 미·일 진영과 중국 진영을 모두 껴안으려고(헤징·hedging) 애쓰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은 미국 이익에 배치된다.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위협적이라면 한국은 헤징전략을 중단할 시기임을 인식해야 한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16년 만에 태풍 없는 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26/128/20251026510507.jpg
)
![[특파원리포트] 트럼프가 결국 김정은을 만난다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26/128/20251026510499.jpg
)
![[구정우칼럼] ‘욕구 봉쇄’는 저항을 부른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26/128/20251026510477.jpg
)
![[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무라야마 담화’의 가치](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26/128/20251026510487.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