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국 주류 역사학계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다

입력 : 2013-02-15 21:16:11 수정 : 2013-02-15 21:16:11

인쇄 메일 url 공유 - +

일제 조선사편수회가 날조한 식민사관 이병도 등 그대로 승계
단군신화·고조선 건국 부정… 最古 역사서 삼국사기도 믿지 않아
왜곡된 우리 역사 실증주의로 치장… 한 번도 종합 검토된 적 없어
이주한 지음/역사의아침/1만5000원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이주한 지음/역사의아침/1만5000원


“우리 민족의 신화 가운데 웅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곰과 호랑이가 민족의 기원이라는 실로 웃지 않을 수 없는 얘기다. 어릴 적 실제 교과서를 통해 그렇게 배웠다. 이 설화는 이마니시 류(今西龍·1875∼1932)라는 일인 학자가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마니시는 당시 일제가 만든 조선사편수회 회원이었는데, 이병도는 그의 밑에서 한국사를 책임 편찬했던 학자다. 해방 후 이병도는 한국 사학계의 태두가 된다. 이병도 등 조선사편수회 출신들은 단군 역사를 기록한 일연의 ‘삼국유사’도 고려 후기에 저술되었으며 일개 스님의 창작 이야기 책으로 치부해버렸다. 고대와 시차가 너무 멀다는 게 이유였다. 당대에 기록한 1차 사료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쯤은 사학자들에겐 상식이었지만, 이런 상식을 완전히 무시했다. 지금도 이른바 국내 주류 사학계는 일제와 이병도의 주장을 그대로 믿고 따른다.”

“기원전 1세기경 나온 사마천의 ‘사기’나 서기 1세기경 반고의 ‘한서’, 3세기 후반에 나온 ‘삼국지’, 5세기경 고대 남송의 ‘후한서’, 17세기 나온 청의 역사서 ‘만주원류고’ 등 중국 고대 사서들은 하나같이 한사군 중심지인 낙랑이 요동 중심에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고조선과 한나라의 국경인 패수가 지금의 난하(롼허)였다는 내용도 발견할 수 있다. 패수가 압록강 또는 청천강이고 낙랑은 지금의 황해도 내지 평양 부근이었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롼허는 몽골에서 발원해 베이징 부근을 가로질러 발해만으로 흘러든다.

재야 역사학자 이주한씨가 쓴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우리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 주류 사학계를 비판한 논문이나 사례들이 간혹 등장했으나, 이처럼 구체적으로 지적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숭실대 사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단재 신채호 선생 기념사업회 간사를 지냈으며, 현재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이자 역사비평가로 활동 중이다.

역사 속 실제 인물인 고려 태조 왕건과 궁예가 등장했던 KBS 드라마 ‘태조 왕건’의 한 장면.
“‘삼국사기’는 현전하는 우리나라 최고 역사서다. 그런데 이 삼국사기조차 믿을 수 없다는 것이 한국 주류 역사학계에 확고부동하다. ‘삼국사기’ 기록을 믿을 수 없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는 이병도의 스승 쓰다 소키치다.” 쓰다 소키치(津田 左右吉·1873∼1961) 역시 조선사편수회 인사로 삼국사기 부정론으로 이름을 알린 일제 학자다.

1945년 조선총독부는 해체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수회는 한국 주류 역사학계로 승계되었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정부를 장악한 친일 인사들에 의해 배척된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사의 원형과 진실 또한 일제 식민사학자들의 논리에 맞춰져 변형됐다. 조선사편수회가 날조하고 왜곡한 우리 역사는 이른바 ‘실증주의’로 치장된 게 현실이다. 독립운동가의 역사관은 ‘신념이 앞선 관념론’ ‘국수주의’로 비판받았다. 이 책은 조선사편수회가 확립한 식민사관 내지 주류 역사학계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다.

저자의 주장은 다소 거칠지만 한국 사학계의 뿌리깊은 담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는 “광복 68년을 맞이하는 지금까지 조선사편수회가 창안한 식민사관은 단 한 번도 종합 검토된 적이 없었다. 이는 조선사편수회에서 한국사를 날조한 쓰다 소키치, 이마니시 류 등 일제 사학자들과 이병도가 한국 주류 역사학계를 장악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또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들이 만든 학문 권력은 동북아역사재단, 국사편찬위원회 등 국민의 혈세를 받는 기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일본과 중국의 극우세력에 유리한 논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왔다”고 비판한다.

최근 중국 지린성 지안(集安)시에서 새 고구려비가 발굴된 사실과 관련해서도 “중국은 동북공정 역사학자들을 비석 연구에 투입해 고대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도 식민사관에 갇혀, 단지 고대 기록이나 사서가 없고 불일치하다는 논리를 금과옥조처럼 되뇌고 있다”고 분개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에스파 카리나 '민낮도 아름다워'
  • 한소희 '완벽한 비율'
  • 최예나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