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동맹으로 동북아 균형추 돼야 일본의 우익 정치인은 일본이 주변국에 의해 영토와 주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방 4개 섬은 러시아에 빼앗겼고, 다케시마(한국명 독도)는 한국에 의해 점령당했으며,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중국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일본은 참으로 억울하고 분한 일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국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 우익의 이러한 인식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센카쿠제도는 1894년 청일전쟁을 통해 일본령으로 편입됐고, 독도와 북방 4개 섬은 러일전쟁을 전후해 편입됐다. 그런데도 일본 우익은 이러한 제국주의 침략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그것을 정당화시키려 한다. 이에 동북아에서 일본과의 영토분쟁은 곧 역사분쟁이다.
동북아의 영토분쟁이 최근 들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일본의 우경화 추세 때문이다. 센카쿠제도를 국유화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고, 독도와 위안부 관련 우익 정치인의 발언으로 한국의 국민감정을 크게 상하게 만들었다. 이런 일본이 이번에는 총리실인 내각관방에 영토분쟁을 총괄적으로 다룰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이라는 새로운 기구를 설치함으로써 또 한번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우경화 바람을 타고 압도적 의석으로 집권한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리가 영토분쟁에 적극 대처하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이번에 설치된 기구는 지난해 11월에 설치된 ‘다케시마 문제 대책 준비팀’을 확대 개편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황급히 이 기구의 설치를 ‘시대역행적인 조치’로 규정하고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재 일본에서 더욱 중요하고 시급한 이슈는 센카쿠제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분쟁이다. 물론 일본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중국과의 영토분쟁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렇지만 센카쿠제도에서의 중·일 분쟁은 언제든지 무력충돌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은 독도문제와 더불어 센카쿠제도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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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 |
둘째, 독도에 대한 일본의 집요한 공격에 냉정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일본이 범정부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나오는 한 조용한 외교는 더 이상 우리의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일본과의 갈등에 따르는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이제 우리도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그리고 독도와 동북아의 역사분쟁에 대한 자료수집과 연구에 더 많은 자원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셋째, 센카쿠를 둘러싼 중·일 분쟁이 동북아에 미칠 파장에 대비해야 한다. 일본은 중국과의 분쟁을 활용해 미·일 동맹을 재확인하고 군비증강의 기회를 만들고 싶어한다. 중국 역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강국의 길을 착실히 밟아가고 있다. 이러한 중·일 충돌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에 재앙이다. 우리는 미국의 힘이 동북아에서 안정자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한·미 동맹이 미국의 이러한 역할을 끌어내는 채널이자 지렛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맞이할 외교적 도전이 여기에 있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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