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렇게 장사하지 않습니다” 한국 수입차 업계 1세대로 불리는 한불모터스 송승철 사장이 29일 시트로엥 신차 DS5 발표장에서 내뱉은 말이다. 평소 다혈질로 소문난 송사장은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의 그레고어 올리비에 부회장까지 참석한 자리에서 강한 어조로 국내 수입차 시장의 성장제일주의를 비판했다.
송 사장의 ‘섹시한’ 발언은 기자들의 속보로 이어졌고 마치 송 사장이 수입차 업계를 모두 싸잡아 비난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 뒤에는 작년 런칭한 시트로엥의 초라한 성적표가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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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일 시트로엥 DS5 신차발표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한불모터스 송승철 사장(좌)과 PSA그룹 그레고어 올리비에 부회장(우)이 답변을 논의하고 있다. |
송 사장의 발언은 전후 사정과 행간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날 한불모터스의 신차 발표 행사에 참석한 한 기자가 PSA그룹 부회장에게 “한국에 자회사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 수입사인 한불모터스와 계속 거래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며 “닌텐도 DS는 알아도 시트로엥 DS는 아무도 모른다”고 국내에서의 낮은 인지도를 꼬집었다. 불과 런칭 1년도 지나지 않은 브랜드에 혹평을 퍼부은 것이고 본사 부회장에게 수입사가 일을 못하는데 왜 바꾸지 않느냐는 뉘앙스의 질문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올리비에 부회장은 “(PSA그룹과 한불모터스)는 결혼한 사이”라며 프랑스의 ‘DS’에 대한 인지도 조사를 인용했다. 그는 “프랑스에서도 35세 이상은 대통령의 차로 DS를 기억하지만 35세 이하는 닌텐도 DS를 떠올린다. 아마도 질문한 기자가 35세 이하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송 사장은 시트로엥 등의 국내 판매량에 대해 설명하며 이른바 ‘섹시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우리는 토종회사다. 본사가 떠안기는 데로 판매량을 늘리는 일부 수입차 한국법인과 다르다. 판매량만 늘어난다고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차 값을 들쑥날쑥 할인하며 판매하면 먼저 산 소비자는 바보냐. 우리는 서비스에 투자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고 있다”며 10분 가량의 시간을 답변에 할애했다.
이 같은 발언은 수입차 시장에서 27년을 일한 송 사장의 경험이 담겨있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차 B사의 국내 법인은 2012년까지 5년간 판매량은 320%가 증가했지만 정비공장은 1곳 늘리는데 그쳤다. 또 다른 독일차 M사는 해마다 매출 기록을 갱신하면서 수익금 대부분을 본사로 송금하고 국내에 재투자는 하지 않아 구설수에 올랐다. 이들 법인은 모두 자동차 회사가 100% 혹은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국내에 법인을 직접 설립한 경우다. 해마다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며 한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지만 정작 한국에 대한 투자나 고용확대는 없거나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 사장이 말한 “수입차 딜러들의 과당 경쟁”도 이미 업계에선 비일비재하다. 강남 노른자위 땅에 딜러권을 내주고도 불과 두어 블록 떨어진 곳에 또 다른 딜러를 허가해준다. 이를 두고 송 사장은 “편의점식 영업확장”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이들 딜러들은 판매량은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타 브랜드와 경쟁이 아닌 동일 브랜드의 딜러끼리 경쟁해야하는 처지다. 결국, 수익을 쪼개 차 값을 할인하는 가격 경쟁에 돌입한다. 이는 수입차 법인의 판매량은 늘리지만 수익성은 악화돼 장기적 관점에서 재투자 역량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유발한다.
최근 수입차 업계에서는 서울 지역에 판금·도장을 할 수 있는 서비스센터 찾기에 혈안이다. 환경규제 때문에 새로 공장을 지을 수 없으니 기존 자동차 수리시설을 매입하거나 수도권 외곽에 건설해야한다. 비용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고 차는 많이 팔지만 딜러의 어려움은 계속된다. 수도권에서 차는 많이 팔리지만 여러 가지 여건을 고민해보면 딜러 사업은 쉽지 않다. 수입차 딜러가 해마다 바뀌는 이유다.
글·영상·사진=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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