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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하나로 '창업 무한도전' 이젠 카피 제품까지 생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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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클린트 퍼니처’ 정재엽·탁의성·안오준 공동대표
홍대 가구학과 동기… 맥주 마시다 의기투합
사무실 차릴 돈 없어 온라인판매·배송까지
“청담동 도련님요? 저희는 경기도 도령들인데요. 하하.”

수제 원목가구 브랜드 ‘카레클린트 퍼니처’의 공동대표 정재엽(27)·탁의성(27)·안오준(25)씨는 대학 휴학생들이다. 20대 대학생들이 가구 브랜드를 론칭하고, 서울 청담동에 월세 1000만원짜리 쇼룸 겸 카페를 열었으니 ‘청담동 도련님’으로 오해받을 법도 하다.

이들이 만든 제품은 고가의 수입가구가 즐비한 논현동 가구거리에서도 카피 제품이 나올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100년 전통의 영국 섬유 브랜드 해리스 트위드(Harris Tweed)와 손잡고 신제품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해리스 트위드는 에르메스·샤넬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앞다퉈 소재로 사용하는 섬유계의 명품 브랜드이자 영국 의회가 품질을 관리하는 영국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성남, 서울 강동구, 인천 출신의 평범한 대학생들이 어떻게 청담동 사장님이 됐을까. 22일 카레클린트 청담점에서 세 공동대표를 만났다.

카레클린트의 공동대표 정재엽·탁의성·안오준씨(왼쪽부터)는 “좋은 품질, 합리적인 가격으로 정직한 가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고 자신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정탁 기자
세 사람은 홍익대 목조형 가구학과 05학번 동기다. 정씨와 탁씨는 졸업까지 한 학기, 안씨는 두 학기만을 남겨놓은 채 2년째 휴학 중이다.

“2010년 9월 4학년 2학기를 막 시작할 즈음 셋이 맥주를 마시다가 창업 얘기가 나왔어요. 각자 마음속으로만 사업을 구상하다가 얘기해보니 너무 신나서 바로 그 다음날 시작했죠.”(정재엽)

품질 좋은 수제 원목가구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다는 데 세 사람의 생각이 통했다. 사업자금으로 통장을 털고 오토바이를 팔아 세 명이 모은 돈 500만원. 회의한다고 모여 밥값, 커피값, 차비로 금세 탕진했다. 정신 차리고 창업자금을 따져보니 최소한 3000만원이 필요했다. 2∼3일 내로 각자 1000만원씩 빌려오지 못하면 아예 사업을 접기로 했다. 단, 부모님은 제5금융권, 최후의 보루였다.

“막상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고 나니 ‘망하면 큰일이다’ 싶어 잠도 안 오더라고요.”(안오준)

한 시간, 10분이 아쉬웠던 세 사람은 학교 앞 고시원에서 합숙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첫번째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자신만만한 원목가구 공장장님을 만나 일을 맡겼는데 샘플을 보고 절망했죠. 빌린 돈을 다 날린 셈이니까요.”(탁의성)

수소문 끝에 30년 경력의 ‘은둔 고수’를 만났고, 그는 까다로운 대학생 대표들의 기준에 맞는 가구를 내놨다. 카레클린트는 AA등급의 에스토니아산 자작나무와 북미산 물푸레나무만 사용해 한옥을 만드는 방식으로 짜맞춰 가구를 만든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작품’ 수준의 제품을 만들려면 도저히 대중 브랜드의 가격이 나올 수 없었다. 그래서 유통 마진을 없애기 위해 판매와 배송을 직접 하기로 했다. 그해 12월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무실 차릴 자금조차 없어 우선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팔기로 했다.

세 사람은 대기업에서는 절대 대량으로 생산할 수 없는 ‘잘 만든’ 수제 원목가구라는 점을 부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카레클린트 공식 블로그에 가구 제작의 전 과정을 올렸다. 가구업계에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일이었다. 소비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4개월 만에 배송 일정을 적은 달력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주문이 밀렸다. 결국, 200만원짜리 중고 봉고차를 샀고 지방 배송까지 다니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섬유 브랜드 해리스 트위드와 협업한 소파.
점진적으로 늘어날 줄 알았던 판매량은 수직 상승했다. 회사는 배송팀·물류팀·검수팀·제작팀으로 체계를 잡아가고, 배송 차도 3대로 늘었다. 판교의 한 IT회사에 3억5000만원 규모의 사무실 가구 전체를 주문받기도 했다. 그 사이 세 사람은 홍대 고시원에서 마포 오피스텔로 옮겼고, 각자 자동차도 샀다. 홍대 앞과 경남 김해에 가구 카페 분점도 생겼다.

“손님들이 가구를 편하게 둘러보게 하기 위해 쇼룸을 가구 카페로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저희 카페를 해보고 싶다는 분들이 찾아오더군요.”(정재엽)

품질 좋은 수제 원목 가구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신혼부부뿐 아니라 연예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하지만 인터넷을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까지 카레클린트 복제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디자인 특허를 빨리 내야 하는데 처음에는 잘 모르기도 했고 특허 낼 돈도 없었어요. 지금은 담당 변리사가 따로 있고, 카피 제품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대처합니다.”(정재엽)

세 사람은 카레클린트를 품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토털 리빙 브랜드로 키우는 것을 다음 목표로 설정했다. 얼마 전 처음으로 가구디자이너 1명을 뽑기 위해 채용 공고를 냈는데 100명이 넘게 지원했다. 카레클린트의 입지를 나타내주는 동시에 청년실업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남들처럼 토익 점수 올려서 일단 취업부터 하자는 타성에 젖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꼭 시도해 보세요. 실패와 고생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아직 젊으니까요.”(탁의성)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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