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바른 말 쓰기 운동 나서야

언어는 인간의 품위를 나타내기도 한다. 항상 정제되고 순화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서는 고매한 격조가 느껴진다. 저속하고 비천한 욕설을 내뱉는 사람은 스스로를 호방하고 직선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남들 앞에서 자신의 인격을 비하하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은 ‘바른 말(正言)’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우리는 언어로 상대방에게 존중과 배려를 표출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우리말에는 존칭과 존대라는 것이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막역한 친구 간에도 서로 하대를 하거나 속어를 쓰는 것을 삼갔다. 이는 절대로 딱딱한 격식이 아니다. 쓰는 사람은 막말이나 욕설을 친밀함의 표시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듣는 사람에게 이런 말들은 멸시와 모욕이다. 이렇듯 언어는 인격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기에 우리 청소년의 저급한 언어문화는 어린 시절의 치기 정도로 간과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청소년의 오염된 언어문화를 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올바른 언어 습관은 가정에서 길러져야 한다. 청소년은 모방을 통해 학습하는데 부모는 그들의 가장 의미 있는 모방 대상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에 있어서 저속한 언어의 사용은 물론이고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는 과격한 표현이나 비난은 절대 금물이다.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뿐만 아니라 부모의 상호 대화에서도 절제되고 순화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특히 엄마와 아빠가 언어를 통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하나 더 있다. 자녀를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물론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되고 최첨단 통신장비가 보편화된 세상에서 자녀를 음란물이나 폭력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자녀와의 부단한 대화, 그리고 가족단위의 여가활동 등으로 아이가 영상매체나 사이버 공간에 중독되는 현상을 상당한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학교와 교사의 역할과 책임도 매우 크다. 학교는 청소년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교사는 올바른 언어 사용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언어예절을 강조함으로써 정제되고 순화된 언어문화를 주도해야 한다. 학생 앞에서 교사가 천박한 속어나 비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교육자이기를 포기하는 행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사회 전체의 관심과 노력도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대대적인 언어 순화 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중매체를 감시하는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통제하라는 주문이 아니다. 일부 몰지각한 대중매체의 각성을 촉구하라는 뜻이다.
저질 언어를 남용하는 소수 방송인과 연예인의 자성 또한 절실하다. 그들의 그러한 행위는 일시적인 주목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치유하기 어려운 독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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