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모자 등 캐주얼룩에도 등장
빨강·노랑… 가죽가방도 컬러 다채
옷 부담스럽다면 액세서리로 ‘엣지’ 60년 만에 돌아온 검은 뱀의 해, 계사년(癸巳年)을 맞아 뱀피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뱀은 사악하고 징그럽다는 선입견 때문에 12간지(干支) 동물 중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기가 가장 힘든 동물이다. 하지만 예로부터 선과 악이 공존하는 신성한 영물로 여겨졌고, 자라면서 허물을 벗는 모습이 재생과 불사를 상징하고 수많은 알을 낳아 풍요와 번영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에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희소성 때문에 올해는 가방·구두뿐 아니라 운동화·야구모자·커프스 링크까지 다양한 아이템에 뱀 가죽이나 뱀 캐릭터가 적용돼 여심(女心)을 유혹하고 있다. 교활하지만 유혹적이고, 야생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뱀의 이중적인 매력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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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피 롱부츠를 선보인 페라가모의 2013 봄여름 컬렉션. |
그동안 뱀 가죽은 주로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크기의 클러치 백이나 여름 샌들에 포인트를 주는 정도로만 사용됐다. 색깔도 회색이나 베이지 등으로 고급스럽기는 하지만 ‘사모님 백’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올해는 뱀피 가죽이 빨강·파랑·노랑 등 다채로운 색깔과 만나 보다 화사해지고, 캐주얼하게 재탄생했다.
악어가죽 전문 브랜드인 콴펜은 기존의 단조로운 무채색이 아닌 파랑·분홍 등 화려한 색깔의 뱀피 가죽 핸드백을 출시했고, 로에베도 천연 뱀피 소재로 만든 새로운 버전의 플라멩코 백을 빨강·파랑·보라 세 가지 색깔로 전개했다. 천연 뱀피 가죽은 수백만원대의 고가이기 때문에 일반 가죽에 뱀피 프린트를 입힌 제품에 눈을 돌려도 좋다. 소가죽·염소가죽에 뱀피 무늬를 입힌 백은 50만∼90만원대로 관리하기도 쉬운 편이다.
MCM은 백팩부터 토드백까지 다양한 디자인의 백에 뱀피 패턴을 입혔다. 특히 백팩은 입체감이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뱀피 패턴에 금색 스터드 장식을 해 화려하면서도 캐주얼한 멋이 느껴진다. 비단구렁이 가죽으로 만들어진 파이톤 무늬 백은 야성적인 이미지와 질감이 돋보이기 때문에 밝은 색상 제품일 경우 단순한 옷차림에 포인트를 줄 때 활용하기 좋다. 반면 그물을 연상하게 하는 아나콘다 가죽은 금색·검정·회색 제품이 많기 때문에 럭셔리하고 화려한 패션 연출에 좋다.
구두가 아닌 운동화에도 뱀피 바람이 불고 있다. 뉴발란스는 기존 574 제품의 발끝부터 뒤꿈치까지 뱀피 무늬를 두른 남성용 한정판 ‘뉴발란스 574 스네이크팩’을, 나이키는 운동화 앞 코, 밑창에 뱀 가죽을 덧댄 한정판을 각각 선보였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2013 봄여름 컬렉션에서도 고정관념을 깨는 뱀피 패션이 대거 등장했다. 뱀의 차가운 이미지 때문에 뱀피 가죽은 주로 여름 샌들에 많이 사용됐지만, 제레미 스캇과 페라가모 컬렉션에는 뱀피 롱부츠가 눈길을 모았다.
제레미 스캇은 또 뱀피 프린트를 이용한 크롭 재킷(허리 위로 올라오는 짧은 길이의 재킷), 야구모자, 카디건으로 캐주얼하면서도 섹시한 뱀피 패션을 탄생시켰다. 프린(Preen)은 꽃무늬와 속이 비치는 시스루 등 여성적인 소재와 접목해 한결 부드러운 뱀피 패션을 선보였고, 에르뎀(Erdem)은 따뜻한 파스텔톤 컬러에 PVC·레이스를 뱀피 소재와 섞어 생소한 조합으로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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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을 모티브로 한 액세서리와 가방들. 왼쪽부터 판도라의 뱀띠 참, 프리마클라쎄의 스네이크 키링, 액세서라이즈의 스네이크 주얼리 팔찌, 로에베, 콴펜 뱀피 가죽백. 사진=인터패션플래닝 및 각 브랜드 제공 |
뱀피 무늬 옷이나 가방이 부담스럽다면, 뱀을 모티브로 한 작은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건 어떨까. 액세서리를 통해 재탄생한 뱀은 귀엽거나 신비롭게 표현된다.
시계나 팔찌는 마치 한 마리 뱀을 손목에 둘둘 감은 듯 뱀의 형상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어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이다.
덴마크 주얼리 브랜드 판도라는 12간지 동물로 팔찌에 거는 띠 참을 출시했다. 그중 뱀 모양 댕글 참에 큐빅을 박아 특별함을 더했다. 액세서라이즈의 스네이크 주얼리 팔찌는 금빛 몸통에 눈과 꼬리를 에메랄드 비즈를 달아 화려하게 표현했다.
뱀을 모티브로 한 알프레드 던힐의 커프스 링크(소매 부리에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장식 버튼)와 열쇠고리는 중화권에서 돈을 상징하는 숫자 8자 모양의 뱀을 형상화, 부와 행운을 상징하고 있다.
프리마클라쎄도 귀여운 뱀 캐릭터에 브랜드 고유의 고지도 패턴을 조합해 가방에 달고 다닐 수 있는 스네이크 키링을 내놨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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