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겨 여왕’ 김연아(23·고려대·사진)에게 2013년은 인생 제2막을 여는 디딤돌을 놓는 해다. 바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둔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NRW트로피 대회에서 화려하게 복귀한 김연아는 4일부터 사흘간 서울 목동에서 열리는 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7년 만에 김연아가 국내 대회에 나온다는 소식에 팬들의 문의가 폭주하자 대한빙상경기연맹 주관 대회 최초로 입장권까지 판매됐다. 티켓은 지난달 27일 첫 발매 당시 15분, 2일 추가 발매 때는 10분 만에 동이 나면서 다시 한 번 김연아 열풍을 예고했다.
지난 시즌을 건너뛴 김연아는 국내 종합선수권대회를 통해 국가대표 자격을 회복한 뒤 3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복귀 뒤 처음으로 아사다 마오(일본)를 비롯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겨룬다.
NRW트로피 대회에서 김연아는 점프와 스텝, 표현력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여전한 기량을 뽐냈지만, 프리스케이팅 후반부에서 다소 실수가 있었다. 체력을 더 끌어올리는 등 조금만 가다듬는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연아의 개인적인 목표뿐만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도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중요하다. 한국은 이번 세계선수권 여자 싱글에 1명의 선수밖에 내보내지 못한다. 여기서 김연아가 24위 이내에 들면 소치올림픽에서 1장의 출전권을 확보한다. 10위 안에 들면 한국의 올림픽 출전권은 2장, 1∼2위에 오르면 3장으로 늘어난다. 2018년 평창 올림픽부터 피겨스케이팅의 개최국 자동 출전권이 폐지된 마당에 유망주들이 미리 올림픽 무대의 분위기를 겪으며 부쩍 성장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김연아에게 소치 올림픽은 평창에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 기착지라는 성격이 짙다. 지난해 7월 빙판 복귀를 선언할 당시 김연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선거에 나서겠다며 스포츠 행정가의 꿈을 밝혔다. IOC 규정상 김연아가 2018년 평창대회 때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직전 대회인 소치 올림픽에 참가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좋은 성적을 거둘수록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만약 소치에서도 시상대 꼭대기에 선다면 1984·1988년 우승자인 카타리나 비트(독일) 이후 26년 만에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이미 밴쿠버 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역대 최고 점수(합계 228.56점)를 달성했지만 이를 통해 진정한 ‘전설’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김연아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세계선수권대회에 대비하기 위해 오늘도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올림픽 티켓이 걸린 대회인데다 다른 어린 선수들도 올림픽에 나설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김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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