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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풍요·다산의 상징 …'家神'으로 구렁이 숭배도

입력 : 2012-12-31 21:19:37 수정 : 2012-12-31 21: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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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학으로 풀어본 ‘뱀’
십이지신 중 여섯 번째 동물
설화·고분벽화에 단골로 등장
경계하면서 상생의 존재 여겨
계사년(癸巳年)이 밝았다. 계(癸)는 검은색을 의미하고, 사(巳)는 뱀을 의미한다. 따라서 계사년은 흑사(黑蛇), 즉 검은뱀의 해다. 사람들은 ‘뱀’ 하면 으레 기분 나쁜 느낌에 몸서리를 친다. 스스슥 발 밑을 지나가며 무서운 독으로 사람을 위협하거나 똬리를 틀고 사람을 노려보는 서늘한 광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섬뜩한 촉감과 무서운 독을 품고 날름거리는 혀, 징그러운 비늘로 덮인 몸 등도 뱀에게서 먼저 떠오르는 형상이다.

하지만 뱀이 언제나 부정적인 대상이었던 것은 아니다. 서양의 성경에는 뱀이 사탄의 이미지로 표현돼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양 전통 민속에서 뱀은 상서롭고 신비로운 존재로 등장한다. 사람들은 뱀을 경계하고 피하면서도 집을 지켜 주는 수호신이라며 믿음의 대상으로 삼았다. 십이지신 가운데 여섯 번째 동물인 뱀은 불사와 재생,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다른 십이지 동물에 뒤지지 않는 대접을 받았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띠동물 특별전 일환으로 뱀띠 기획전을 마련했다. 사진은 출품작 중 화조도의 뱀그림.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불사와 재생의 상징


고대 농경문화권에서 뱀은 불사(不死)와 재생(再生)의 상징이었다. 이는 겨울에 겨울잠을 자러 사라졌다가 봄에 다시 나타나고, 또 주기적으로 껍질을 벗는 뱀의 특징에서 비롯된 해석이다. 국립민속박물관 박수환 학예사는 “과거 조상은 매년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는 뱀의 모습을 보고 불사와 재생의 이미지를 떠올렸다”며 “조상이 생각한 뱀에 대한 신비로운 인상은 여러 유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고구려 고분벽화 현무도. 현무도를 보면 뱀과 거북이 서로 얽힌 채 눈길을 마주치고 있다. 이는 불사와 재생 그리고 장수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그림으로 해석된다. 삼국유사의 기록에도 뱀을 찾아볼 수 있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뱀은 죽은 이의 삶을 지켜주고 환생과 영생을 기원하는 신수(神獸)로 형상화된다. 중국 신화에서도 뱀은 주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중국의 전설적인 그림 ‘복희여와도’에는 창조신으로 꼽히는 복희와 여와가 뱀으로 표현돼 있다. 복희와 여와가 상체는 사람이지만 하체는 뱀의 모습으로 서로 얽혀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재산을 지켜주는 부귀사(富貴蛇)

뱀은 집안의 재산을 지켜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특히 뱀의 일종인 구렁이를 가신(家神)으로 숭상해 구렁이가 나타나면 물리치지 않고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또한 가옥의 가장 밑바닥에 살면서 집을 지키는 뱀이 사람의 눈에 띄거나 꿈 속에서라도 밖으로 나가면 가정의 운수가 다한 것으로 여겼다. 따라서 뱀의 꿈을 꾸면 길조라 생각했다. 뱀에게 물리거나 뱀과 접촉하고 뱀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꿈은 재수와 재물이 따르는 꿈으로 해석됐다. 

조선 정조대왕 때 활약한 이덕무(李德懋)가 쓴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전한다. “세상에 전하기를 부잣집 광 속에는 구렁이 또는 족제비가 있는데 그것을 업(業)이라 이른다. 사람들이 흰죽을 쑤어 바치고 신처럼 대접한다. …(이것이) 집 광 밑에 굴을 뚫을 것 같으면 곡식이 반드시 들어 있는 것보다 갑절이 더 들어올 것이다. 고로 부귀사(富貴蛇)라 한다. (중략) 업이 달아나면 집이 따라서 망한다.”

◆설화 속 뱀

십이지 동물 가운데 뱀처럼 상상의 세계에서 많은 이야기를 가진 동물도 없다. 설화 속에서 뱀은 복수의 화신, 탐욕스러운 절대 악, 은혜를 갚는 선한 존재 등 다양한 이미지로 등장한다. 또한 탐욕스럽거나 호색한 인간이 죽어서 환생한 존재, 승천하기 위해 천년을 기다리는 인내의 상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듯 뱀이 수많은 설화 속에 다양하게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뱀이 인간과 함께 살아온 친숙한 존재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동윤 민속학자는 “조상은 뱀을 경계하고 꺼리면서도 물리치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했다”며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수많은 설화를 분석하면 뱀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존재도 없는데, 이는 뱀이 인간의 삶 주변에서 함께 살아온 존재였다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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