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00 고지’ 탈환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이탈하고 있다. 벌써 16일째다. 하루 평균 750억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연말연시 자금 수요가 있어 펀드를 환매(출금이나 해지)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안에 환매 대금을 받으려면 24일까지 신청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갖고 있는 펀드의 수익률, 향후 시장 전망 등을 감안해 환매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주식형펀드 16일째 자금 유출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는 지난달 28일 이후 지난 20일까지 모두 1조2097억원이 빠져나갔다. 거래가 열린 16일 연속이다.
이 기간 하루 평균 470억원의 펀드가 설정(입금)된 반면 해지(출금)는 1226억원이나 됐다. 하루 평균 756억원이 빠져나간 셈이다. 코스피가 오를수록 연말 자금 수요와 맞물려 펀드 이익 실현을 위한 환매가 많아진 영향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21일 1884.04로 마감된 뒤 지난 13일 2002.77로 고점을 찍었다. 이후 21일 1980.42까지 밀려났다. 등락을 감안해도 한 달간 100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지난 9월 코스피가 2000 고지를 넘어섰을 당시에도 주식형펀드에서 1조9000억원이 순유출 됐다. 특히 9월13일부터 24일까지 1조5741억원이 빠져나갈 정도로 환매가 집중됐다. 9월 지수는 1950.69(13일)에서 2003.44(24일)까지 움직였다.
특히 기간별 설정원본과 순자산총액(시가총액)을 보더라도 1년 미만 펀드는 환매를 위한 조건을 갖췄다. 지난 20일 기준 1년 미만 국내 주식형펀드 151개의 순자산총액은 4조2600억원으로 설정원본(4조1416억원)보다 1184억원 많았다. 자산이 원본 대비 약 2.9% 늘어난 셈이다. 이와 달리 ▲1∼3년 ▲3∼5년 ▲5년 이상 국내 주식형 펀드 순자산총액은 대체로 93∼96% 선이다. 아직 원본에도 못 미친다.
◆환매 대기 물량 많지만 별 문제 없어
펀드평가사 제로인(www.Funddoctor.co.kr)에 따르면 순자산액 10억원 이상 된 국내 주식형펀드는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평균 7.6%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일부 펀드는 올 들어 코스피 상승률(9.52%)을 능가하는 10% 이상의 수익률을 보였다. 지금 환매해도 비교적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펀드 원본 회복이 가까워질수록 환매 압력도 증가한다. 앞으로 지수가 오르면 오를수록 환매는 꾸준히 일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지수가 추세적으로 강하게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 한 환매와 유입의 지루한 패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1800∼2000 구간에서 11조4560억원 자금이 순유입 되는 등 현재 16조7000억원 정도가 환매 대기 물량으로 추산된다. 이는 채권형 펀드를 제외한 주식·주식혼합·채권혼합펀드 시가총액(66조3481억원)의 25%에 해당한다.
김순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고점을 형성했을 때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하루 5000억∼6000억원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도 했다”면서 “지금 속도는 과거만큼 그리 빠르지 않지만 꾸준히 매물로 나온다는 점에서 증시의 발목을 잡는 요소”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재정절벽(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 지출을 삭감하고 세금을 올림으로써 국민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 협상이 타결돼 우리 증시가 상승세를 탈 경우 펀드 환매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환매 물량이 한꺼번에 대거 나온다면 문제가 커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금의 자연스러운 순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의 한 자산관리상담사는 “환매 문제는 결국 향후 시장 전망에 달려 있다”며 “가입 당시와 현재 펀드 가격, 자신의 수익률 성향을 두루 살펴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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