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수억 착복 적발

17일 광주시 동구청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광주시와 5개 구청에 대한 감사에서 동구청 급여담당 공무원 임모(44·여)씨가 건강보험공단 환급금 수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 임씨는 3년 전부터 행정안전부가 전국의 자치단체에 보급한 ‘e-호조’ 시스템을 활용해 환급금 등 세입·세출외 현금을 담당했다.
임씨의 범행은 이 시스템의 허점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e-호조 시스템은 업무 담당자가 현금 지출 내역을 전산망에 입력하면 입력 금액이 관할세무서에 그대로 신고된다. 임씨는 시스템에 반복 입력하면 동일한 명의로 지출 금액이 2번 이상 중복 기재가 된다는 것을 알아챘다.
임씨는 이 점을 이용해 지출 현금 총액의 규모를 맞춘 뒤 환급금과 직원 및 자신의 급여를 실제보다 부풀려 신고해 그 차액만큼을 빼돌렸다. 임씨는 이런 수법으로 지난 3년간 수억원을 횡령했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동안 각종 감사에서 총액과 지출 규모만 맞으면 문제를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씨의 횡령 규모는 동구청 자체감사에서는 1억5000만원으로 확인됐지만 자료 일체를 넘겨받아 감사를 벌이고 있는 감사원은 적어도 3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은 해당 공무원의 횡령 사실이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현재 e-호조 시스템상으로는 회계담당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허위로 급여 총액을 부풀려 기재한 뒤 차액을 가로챌 수 있는 구조여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동구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전남 여수의 80억원대 공금횡령과는 달리, 공무원들의 공금횡령을 막기 위해 도입한 e-호조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며 “횡령을 막기 위해서는 회계담당자 외에도 누구나 한눈에 업무를 알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지방행정 시스템 간 데이터가 상호연계되지 않아 이 같은 비리가 발생할 수 있었다”며 “내년부터 통합상시모니터링 시스템이 보급되면 유사 범행이 예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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