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이념구도 변화 뚜렷
이번 대선의 보수·진보 간 대결구도는 10년 전인 2002년 16대 대선을 연상하게 한다.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범보수 진영을,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범진보 진영의 표를 흡수한 가운데 ‘이회창 대 노무현+권영길’의 보수·진보 후보 간 득표율은 46.6%대 52.8%를 기록했다. 범진보 진영 후보들의 득표율이 6%포인트가량 더 높았지만 이념 간 균형추는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울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런 추세는 17대 대선에서 노무현 정권 실정론이 부각돼 보수 쪽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이 기울면서 깨졌다. 범보수 진영을 대표한 한나라당 이명박,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노동당 권영길, 무소속 문국현 후보,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이인제 후보를 한 묶음으로 따져보면 두 진영의 득표율은 각각 63.7%와 35.7%로 28%포인트가량 보수 쪽이 앞섰다.
이번 대선에서 박, 문 후보 중심으로 보수·진보 세력이 총집결하면서 이념 간 대결이 두드러져 보이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르는 핵심 변수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 12일 본지 대선 2차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 문재인+이정희’ 지지율 격차는 1.5%포인트밖에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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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4일 경남 진주 중앙시장에서 비옷을 입은 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진주=김범준 기자 |
50대 이상과 20∼30대의 세대별 표심이 박, 문 두 후보로 뚜렷이 갈리면서 지역 간 대결은 과거 대선에 비해 한층 위축될 전망이다. PK 지역의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으로 완전히 쏠리지 않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고 후보들의 현장 유세에서도 직설적인 지역주의 자극 발언은 크게 줄고 있다. ‘지역주의 조장=구태정치’라는 인식이 확산돼 역풍을 우려한 전략적 판단일 수 있지만 젊은층과 노년층의 세대별 대결 양상으로 지역 이슈가 부각되지 않는 탓도 있다.
17대 대선의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광주·전라 지역 후보 지지율 합은 81.4%로, 16대 새천년민주당 김대중 후보 지지율 93.4%보다 10%포인트 넘게 줄었다. 본지 2차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의 호남 지역 지지율은 70.2%였고, 박 후보는 9.3%로 나타났다. 반대로 대구·경북(TK)과 PK 지역의 민주당 지지세는 상승세다. 16∼17대 대선에서 TK의 범진보 진영 후보 지지율은 20.2%에서 6.6%로 주춤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22.8%로 회복했다. PK에서는 17대 때 13.5%까지 추락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27.8%로 30%대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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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4일 경남 창원시 상남분수광장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손을 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창원=이제원 기자 |
김재홍 기자 hong@sey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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