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단정 中어선에 바짝 붙자
中 선원들 일제히 격렬 저항
무장특공대원들 5분만에 진압
배 양쪽에 날카로운 쇠창살
후미엔 삼지창 등 무기 수북 5일 오전 3시40분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서 38마일(75㎞) 떨어진 해상. 해경 경비함정이 조명탄 30여 발을 쐈다. 어둠을 틈타 중국 어선 10여 척이 우리 측 EEZ(배타적경제수역)에서 불법으로 멸치잡이를 하는 장면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대낮처럼 환해지자 쌍끌이로 저인망 어업을 하던 중국 어선들은 3∼4대씩 뭉쳐 저항할 태세를 갖추며 도주하기 시작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경지휘선인 1509함(1500t)의 최용의 함장의 검문검색 명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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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새벽 전남 신안군 가거도 남서쪽 70㎞ 해상에서 해경 특공대원들이 고속단정을 이용해 우리 측 영해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발견해 나포한 뒤 배에 장착된 쇠창살을 제거하고 있다. 서해해경청은 이날 특별단속에서 노영어호를 비롯해 11척을 적발했다. 신안=연합뉴스 |
특공대원인 유종우 순경은 “배에 탄 선원 17명 가운데 대부분이 잠을 자거나 조업에 열중해 단속에 특별히 저항하지 못한 것 같다”며 “또 배 후미로 접근해 큰 싸움이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나포된 중국 어선들은 배 양쪽에 1∼2m 간격으로 길이 1m50㎝∼2m의 날카로운 쇠창살을 장착하고 있었고 배에서는 쇠 파이프, 삼지창, 쇠꼬챙이 등 무기류도 다수 발견됐다.
또 중국에서 사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잡은 멸치 50t이 실려 있었다. 손바닥만 한 잡어들도 갑판 한쪽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중국 어선 2척이 양쪽에서 바다 밑부분까지 그물을 내리는 쌍끌이 어업을 했다는 증거다.
서해지방해경청은 4∼6일 사흘간을 중국 불법어업 특별 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단속에 나섰다. 이 기간 동안 목포·군산·태안·평택 4개 해양경찰서 소속 경비함정 28척과 헬기 6대, 해경 특공대 40명을 동원해 모두 11척의 중국 불법 어선을 나포했다. 검거 과정에서 군산해경 김지호(28) 순경이 갈비뼈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
최근 기상 악화로 단속이 느슨한 틈을 타 서남해 해상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중국 어선들이 검거에 대비해 10여 척 선단을 이뤄 조직적으로 도주하는 치밀함을 보인 데다 저항 수준이 날로 격렬해지면서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해경은 흉기로 무장한 중국 선원들에 맞서 물대포를 쏘는 소극적 단속에서 탈피해 강경 진압으로 선회했다. 최근 단속 과정에서 중국 선원이 사망한 이후부터는 불법조업과 진압 장면을 모두 촬영하는 등 채증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날 진압 장면도 특공대원들의 헬멧에 부착된 카메라와 전송장비를 통해 함정의 조타실 화면으로 실시간 전달되고 녹화까지 됐다.
우리 측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은 모두 8000여 척에 달하는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조업하는 1700척의 5배가량이다. 중국 어선이 우리 측 해역에서 불법 조업에 나선 것은 중국 정부가 산란기에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자국 해역 어업을 금지한 영향이 크다. 또 어선의 과포화와 어장의 황폐화로 중국 해역에 고기가 없는 것도 우리 해역을 넘보는 이유라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가거도=류송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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