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율 정한 것 비교육적” 비판
성태제 교육과정평가원장
“쉬운 수능 내년에도 유지” 올해도 교육 당국이 내세운 수능 ‘주요 영역 만점자 1%’ 목표는 크게 빗나갔다. 언어 영역은 만점자 비율이 2.36%까지 치솟았지만 외국어 영역은 0.66%에 그쳤다. 탐구영역에서도 과목별 만점자 비율이 들쭉날쭉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당국은 내년에도 만점자 1%의 ‘쉬운 수능’ 목표를 지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난이도 조절이 여전히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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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오른쪽)과 김경성 수능채점위원장이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만점자 비율은 언어 0.28%, 수리가 0.31%, 수리나 0.97%, 외국어 2.67%였다. 수리가만이 1% 수준에 근접했고 언어와 외국어는 서로 자리만 바꿨다.
사회탐구에서 윤리 만점자 비율은 3.15%였지만 경제지리는 0.15%에 그쳤다. 과학탐구 또한 지구과학Ⅰ이 7.96%인 반면 생물Ⅱ는 0.08%로 과목 간 차이가 컸다. 직업탐구와 제2외국어·한문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같이 영역·과목에 따라 만점자 비율이 들쭉날쭉하자 “만점자 1%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며 교육적으로 합당한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입시 전문가들은 “만점자 1%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며 국가시험의 권위와 신뢰를 위해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1%라는 것은 꼭 지켜야 하는 정확한 목표가 아니라 ‘쉬운 수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내년에도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고 사교육비를 경감하는 방향의 지금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쉬운 수능’을 위해 3년째 시행해 오고 있는 ‘EBS 70% 연계’에 대한 비판 또한 적지 않다.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수능과 EBS 연계율을 7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농어촌 등 사교육 소외 학생들을 위한 ‘교육 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3 수업이 EBS 교재만으로 진행되는 등 ‘공교육 파행’을 불러오기도 했다.
한 국립대 입학처 관계자는 “쉬운 수능의 방법이 EBS 연계에만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만점자 1%와 EBS 70% 연계 기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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