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를 좋아하는 야생동물에는 다람쥐·청설모·어치·반달가슴곰 등이 있다. 가을이 오면 이들 간에 도토리를 훔치고 숨기는 전쟁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 이 중 다람쥐는 조그마한 입에 최대 7개까지 도토리를 넣을 수 있다. 뺨 주머니의 신축성이 좋아 입을 풍선처럼 벌려 도토리를 넣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갖고 온 도토리를 다람쥐는 겨울나기를 위해 땅 속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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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다람쥐·청설모·어치 등 야생동물들이 도토리를 훔치고 숨기는 전쟁을 벌인다. |
도토리를 공중에서 따가는 동물은 까마귀과에 해당하는 어치다. 어치는 하루에 100∼300개씩 대량의 도토리를 저장한다. 이 조류는 참나무의 강력한 천적이지만 씨앗을 산꼭대기까지 퍼뜨리는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숨겨둔 도토리의 70∼95%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도토리를 외부에 저장하는 작은 생물과 달리 반달가슴곰은 도토리를 충분히 먹고 겨울잠에 빠져든다.
프로그램에서는 야생 동물의 소중한 먹이를 인간이 싹쓸이해가면서 벌어지는 폐해도 지적한다. 인간이 먹는 도토리묵 한 접시는 다람쥐의 한 달 식량에 해당한다. 자연의 순환 고리를 끊고 야생 동물을 굶어 죽게 하는 싹쓸이 행태를 조명한다.
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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