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은 키우고 크기는 작게 ‘웨지’ 출시 등 주목 손가락으로 기기를 조작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시장에 잇따라 선보이는 가운데 컴퓨터 사용을 위한 필수품인 마우스에서도 터치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애플이 마우스 상판 전면에 터치 센서를 부착한 ‘매직 마우스’를 처음으로 선보인 이래 로지텍, 마이크로소프트 등 마우스 전문 기업들이 터치 센서를 부착한 마우스를 주력제품으로 출시하고 있고, 아예 마우스를 대체하는 제품으로 ‘터치 패드’를 내놓는 등 마우스 업계에 ‘터치 바람’이 불고 있다.

‘트랙볼’로 명명된 최초의 마우스는 1952년 캐나다의 해군 군사 비밀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했으며, 이후 1968년 스탠퍼드 연구소의 연구원이 현재 사용되는 형태의 마우스를 발명했다.
발명 당시만 해도 마우스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컴퓨터 운영체제가 문자 기반의 도스에서 그래픽 기반의 윈도로 바뀌면서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가장 중요한 입력도구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마우스의 변화는 데이터 인식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트랙볼이라는 이름처럼 초기에는 둥근 볼을 굴려 좌표를 파악하는 형태의 ‘볼마우스’가 주류를 이뤘으나, 이후 광센서를 사용하는 광마우스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광마우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볼마우스가 더 정확도가 높았지만 볼을 주기적으로 닦아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고 내구성도 더 나빴다. 이후 광마우스의 정확도가 향상되면서 지금은 볼마우스가 거의 쓰이지 않는다.
2000년대 이후 마우스는 광학기술과 더불어 무선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전선 꼬리를 뗀 무선으로 제2의 변화기를 맞는다. 무선 마우스는 선이 없기 때문에 이동이 자유롭고 휴대성이 좋아 널리 쓰이고 있다.
이어 최근의 마우스는 터치 기술이 접목되며 제3의 변화기를 맞고 있다. 터치 기술을 이용한 마우스는 보다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이 가능하고 더 많은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터치기술의 선도자…애플, 매직 마우스
애플이 2009년 10월 출시한 매직 마우스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판 전체에 터치 센서를 부착해 주목을 끈 제품이다.
기존의 마우스들과 달리 좌우로 버튼이 나눠져 있지 않고 스크롤을 위한 휠도 달려 있지 않으며 표면에 부착된 센서들이 손가락을 감지해 각종 기능을 수행한다.
기본적인 ‘클릭’ 외에 두 손가락 쓸기와 클릭, 세 손가락 클릭을 인식하며 확장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네 손가락을 이용한 다양한 동작까지 인식, 마우스 하나로 수십 가지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디자인도 빼어나 여전히 주목을 받고 있는 제품이지만, 애플 전용 PC가 아니면 대부분의 기능 실행이 불가능한 게 단점이다.
▶성능은 키우고 크기는 작게…MS, 웨지 터치 마우스
애플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해부터 터치기술을 도입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물리적 힘으로 굴리던 ‘훨’을 터치로 대체한 ‘아크 터치 마우스’를 시작으로 매직 마우스와 마찬가지로 상단 표면을 센서로 뒤덮은 ‘터치 마우스’를 내놨고, 최근에는 휴대성을 극대화한 ‘웨지 터치 마우스’를 선보였다.
웨지 터치 마우스는 일반 마우스의 절반 크기로 손가락 터치로 상하좌우 4방향의 화면 이동이 가능하다. 터치 스크롤 감도가 기존 제품에 비해 눈에 띄게 향상됐고 MS가 개발한 ‘블루트랙’ 기술을 적용, 나무 바닥, 카펫, 유리 위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태블릿PC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윈도8에 특화된 터치패드…로지텍 T650
애플이 자사 PC용 터치패드인 ‘매직 패드’를 내놓은 후 최근 MS가 PC와 모바일 통합 OS인 ‘윈도8’을 선보이면서 윈도 운영체제에서 마우스를 대체할 기기로 터치패드가 등장했다.
로지텍이 최근 선보인 무선 충전식 터치패드 ‘T650’은 윈도8에서 주로 사용하는 핵심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T650을 이용하면 모니터를 터치하는 것과 동일하게 윈도8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응용 프로그램 전환과 앱을 따로 모아놓은 ‘앱 바’, 핵심 기능을 담아 놓은 ‘참스 바’를 불러올 수 있고 손가락으로 사진을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도 있다. 터치 감도 향상을 위해 제품 센서 위에 유리를 그 위에 다시 특수 코팅을 씌웠고, 한번 충전으로 최대 한 달가량 사용할 수 있다.
◆‘터치 바람’ 예외도 있다
무선, 터치 기술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신기술 바람을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게이머들이다. 게임은 특성상 정확하고 빠른 인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여전히 무선보다 유선을, 터치 방식보다 기존의 기계식 인식 방식을 선호한다.
일반 마우스와 달리 게임 마우스는 얼마나 정밀하고 빠르게 포인트를 이동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일부 게임 마우스는 10개가 넘는 키가 달려 있기도 하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레이저 타이판
레이저에서 내놓은 ‘타이판’ 마우스는 두 개의 ‘8200dpi’ 센서를 탑재, 일반 마우스보다 3∼8배 빠른 속도로 정확히 포인트를 이동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마우스의 민감도를 조정해 포인트 이동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터치 센서는 없지만 두 개의 버튼과 스크롤 휠, 4개의 키를 자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용도에 맞게 지정, 원하는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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