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자동차 시승에서 벗어났다. 십수 년 만에 운전면허학원을 다니고 2종소형면허를 딴 뒤 새로운 시승에 나섰다. BMW의 대형 스쿠터 C650GT다.
흔히 스쿠터라고 하면 ‘갸갸걍’ 엔진소리를 내며 동네에서 돌아다니는 그런 것들을 떠올린다. 시승에 나서기 전에도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 엔진은 650cc라지만 무단자동변속기가 들어갔다. 따라서 클러치는 없고 오른손은 가속과 앞브레이크, 왼손은 뒷브레이크를 담당한다. 왼손 엄지로는 방향지시등을 작동하고 헤드라이트 등을 작동한다.
간단하고 단순한 구조를 가졌지만 덩치는 커다랗다. 중심을 잃어 넘어지면 혼자 세우기 벅차다. 건조중량이 249㎏이다. 이 정도 무게는 모터사이클 가운데서도 무거운 편에 속한다. 영국 TV에서 방영해 전 세계 라이더들의 가슴에 오프로드 바이크의 로망을 불러일으킨 다큐멘터리 ‘롱 웨이 다운’에 나왔던 BMW의 R1200GS보다 46㎏나 무겁다. 물론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배우 이완 맥그리거는 수십㎏의 짐을 싣고 달렸으니 더 무거웠겠지만 어찌했건 BMW의 C650GT는 그리 단순한 스쿠터는 아니다.
▲ 자동차보다 모터사이클을 먼저 만든 브랜드,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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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가 1923년 만든 최초의 모터사이클 R32. 2기통 박서엔진을 장착했으며 현재는 독일 뮌헨에 위치한 BMW뮤지엄에 전시돼있다. /사진=이다일 기자 |
BMW가 스쿠터 C1에 이어 10여 년 만에 선보인 대형 스쿠터 C650GT는 기존 스쿠터들과 컨셉이 조금 다르다. GT라는 이름을 붙여 장거리 투어를 컨셉으로 잡았다. 자동차에 흔히 붙이는 이름이다. BMW 스쿠터는 지난 8월 국내에 선보였다. 올 초 스페인에서 전 세계 미디어를 대상으로 시승회를 개최하고 조금씩 미뤄지던 출시는 9월에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국내 판매가격은 1650만원이다.
▲ 충남 태안서 서울까지 달린 170㎞
1박2일 여정으로 나선 길에 필요한 짐을 스쿠터에 모두 실었다. 시트 아래 60ℓ의 수납공간에는 노트북과 카메라가 들어있는 백팩을 담았고 남는 공간에는 어젯밤 모닥불 옆에서 든든했던 재킷을 넣었다. 뒤에 달린 탑 박스에는 서울로 향하는 길에 사용할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담았고 이보다 더 자주 사용할 물건들은 핸들 아래쪽 작은 포켓에 담았다.
스쿠터를 타고 장거리를 달리는 것은 처음이거니와 2종소형면허를 딴지도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니 두려움이 앞섰다. 하지만, 블루투스로 연결한 헬멧에 내비게이션이 길안내를 해줘 믿을 구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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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트를 들어올리면 나오는 60리터의 적재공간에는 풀페이스 헬멧이 2개 들어간다고 BMW는 밝혔다. 백팩이나 옷가지 등 여행에 필요한 물품도 넉넉히 담을 수 있다. /사진=이다일 기자 |
태안 신두리 해변을 빠져나오는 굽이굽이 시골길을 부담없이 꺾어 나갔다. 바이크 전문 기자에게 배운 대로 코너에서 출구를 바라보며 어깨부터 움직이니 쉽게 돌아나간다. 클러치와 변속기 조작이 필요 없으니 한결 수월하다. 가속과 감속만으로 시속 60㎞/h 이상을 넘나들며 국도를 달린다. 길이 조금 뚫리고 편도 2차선으로 넓어졌다. 중앙분리대도 생겨 속도를 올렸다. 시속 100㎞/h까지는 거침없이 치고 나간다. 규정속도인 90㎞/h를 유지하면서 국도를 달렸다.
▲ 전동 조절 윈드스크린과 열선시트로 편안한 여행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시속 90㎞/h를 넘나들면 공기저항이 어마어마하다. 온몸으로 맞을라치면 한여름에도 겨울의 추위를 느낄 정도다. 이대로 한두 시간 주행을 하고나면 마치 군대시절 심야 불침번을 서고 돌아온 것 같은 피로가 느껴진다. 그래서 모터사이클에는 여러 장치를 추가했다. 특히, GT처럼 장거리 투어를 위한 바이크에는 필수다.
BMW의 C650GT에는 전동식 윈드스크린이 장착됐다. 쉽게 말하면 버튼 조작으로 앞유리를 상하로 움직인다. 윈드스크린을 올리면 라이더는 고속으로 달려도 주행 풍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또 헬멧을 쓰고 있으니 오히려 적절한 바람이 필요해 윈드스크린을 조금 내릴 정도다. 여기에 열선시트와 열선핸들이 달려있다. 손이 얼어버리면 곤란하니 대부분의 바이크가 장착하는 옵션이다. 그런데 BMW의 스쿠터는 4단계로 열선핸들을 조작한다. 강·중·약은 당연하고 나머지 1단계는 ‘자동모드’다. 주변 온도를 고려해 적절하게 열선을 작동한다. 3000만원이 넘는 BMW의 투어러 모터사이클 1600GT가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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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 핸들에는 열선시트와 열선핸들을 조작하는 스위치가 있다. /사진=이다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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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손 핸들에는 윈드스크린을 상하로 조작할 수 있는 스위치와 비상등, 방향지시등 등 각종 스위치가 자리잡았다. /사진=이다일 기자 |
혹자는 BMW의 스쿠터를 타고 마치 자동차 BMW와 핸들링 성향이 비슷하다는 말을 했다. 고속에서 묵직해서 안정감을 주고 든든하다는 칭찬이다. 요즘 자동차에서는 묵직한 핸들이 트렌드다. 자주 시승했던 BMW의 대부분 차종이 그렇고 독일산을 비롯한 유럽의 차가 그렇다. 이번 시승에서도 C650GT의 묵직한 핸들링은 안정감을 줬다.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가 덜했고 고속에서 안정감도 좋았다.
하지만, 긴 주행을 마치고 서울에 들어서니 상황이 조금 다르다. 좁은 길을 요리조리 돌아다니기엔 묵직한 핸들링이 오히려 답답한 느낌이다. 물론 모터사이클로 차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하지만 짧은 신호대기 구간을 가다서다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에 도착하니 가득 채웠던 기름이 두어 칸 남았다. 모터사이클은 자동차의 1/4에 불과한 연료통을 가져 자주 주유를 해야하는 불편이 있지만 연비도 뛰어난 편이라 부담없이 투어를 즐기기에 BMW C650GT는 차선없는 최선이다.


최고출력 60HP/7500rpm
최대토크 66Nm/6000rpm
변속기 CVT
길이 2218㎜
폭 916㎜
시트높이 1411㎜
연료탱크 16ℓ
최고속도 175㎞/h
연비 22.73㎞/ℓ (90㎞/h 정속주행시)
앞바퀴 120/70 ZR 15
뒷바퀴 160/60 ZR 15
구동방식 체인구동
브레이크 ABS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 사진제공=BMW코리아, 임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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