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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팻 테인·팀 파킨 등 공저/안병직 옮김/글항아리/2만8000원 |
2050년이면 우리나라 사람 10명 가운데 4명이 60세 이상의 고령자다. 완전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셈이다. 노년의 지혜는 인생을 빛나게 한다고 관행적으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젊고 건강한 육체를 좋아하는 한편으로 늙고 쇠잔한 육체는 경원시하곤 한다. 노인은 피할 길 없는 숙명이라는 체념과 짐스러운 존재라는 불명예만 있다. 정말 노년의 삶이란 무의미하고 암흑뿐인가.
런던대 킹스칼리지의 팻 테인 교수 등 노학자들이 쓴 ‘노년의 역사’는 노년에 대한 종래 관념과 편견을 깨고 노년을 차분히 관조한다.
괴테는 1773년 쓴 ‘파우스트’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젊은 시절로 돌아가려는 인간의 열망을 그렸다. 그런 괴테가 훗날 저술에서는 노년을 긍정하고 청춘 같은 노년을 묘사했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67세 나이에 쓴 ‘레미제라블’에서 노인 장발장을 통해 강인하고 감동적인 노인의 초상을 제시했다.
7세기 초 세비야의 대주교 이시도루스는 노년에 대해 좀 더 현학적으로 정의한다. 노년이 좋은 이유에 대해 ‘가장 폭력적인 주인’으로부터 우리를 해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시도루스가 말한 ‘가장 폭력적인 주인’은 쾌락과 욕망이다. 노인이 되면 쾌락과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삶의 경험에서 터득한 지혜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노년이 초래하는 신체의 장애,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혐오 등은 인생에 있어 가장 비참하다고 말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싫든 좋든 늙음은 죽음과 마찬가지로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다.
과연 몇 살부터 노인인가. 근대 이전엔 40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여겼다. 하지만 노인이라고 딱히 규정지을 만한 기준도 없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서기 1세기 로마제국 인구의 6∼8%가 60세를 넘긴 사람들로 나타났다. 100세 이상의 천수를 누린 사람도 있었다. 책에 따르면 근대 이전 사회에서는 낮은 기대 수명 때문에 40대를 늙은이로 취급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로마시대에 100세까지 산 사람이 다수이고 보면 40세를 노인으로 취급했다는 기록은 무리다.
14세기 초의 한 영어본 구약 시편에서 노년의 표현이 발견된다. ‘우리 삶의 나날은 70년이다. 그리고 어떤 힘에 의해 80년이 되기도 하지만 그 힘은 고역과 슬픔이다.’ 노년을 고역과 슬픔으로 묘사한 대목이다. 이에 따르면 구약 시절에도 인간의 수명이 통상 70∼80년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인의 범위나 노년의 시점은 역사적으로 가변적이었다. 노인의 정의가 산술적 연령보다는 개인의 용모나 신체 상태에 따른 주관적 견해였다는 점을 의미한다.
18세기 말 독일 브란덴부르크 지역에는 ‘자녀에게 먹을 것을 의존하거나 가난에 시달리는 자는 이 몽둥이로 죽도록 얻어맞을 것이다’라는 글이 새겨진 큰 몽둥이가 걸려 있었다고 한다. 노인들이 성인이 된 자녀와 함께 살면서 보살핌을 받았을 것이라는 통념을 깨는 사례다. 18세기엔 이미 노인이 상당히 독립적 인간이었으며, 이는 광범위하게 사회활동에 참여했다는 것을 입증한다.
책은 고령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에게 늙는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사회·역사적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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