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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35) 한국군 해외파병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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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9-04 19:01:14 수정 : 2012-09-04 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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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국 1451명 태극용사, 국제평화 수호·국위선양 ‘톡톡’ 총 15개국에 1451명. 우리나라의 해외 파병 국가 수와 인원이다. 1970년대 베트남에 갔던 파병부대원들이 받았던 봉급이 경제 건설의 주춧돌이 됐다면 오늘날 해외 파병은 국위 선양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레바논과 아이티에서는 유엔의 평화유지활동(PKO)에 동참해 현지 주민 보호와 재건에 앞장서고 있고, 소말리아 해역에서는 해적들에 맞서 상선의 안전 운항에 힘을 보태고 있다. 10명 이하의 소규모 파병 지역은 제3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이처럼 해외 파병부대는 제3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또 한국 특유의 정을 전달하는 ‘고마운 이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호물자 두 손으로 전달해라” 특명


해외 파병부대의 사전 교육 지침에는 “두 손으로 물건을 전하도록 한다”는 사항이 있다.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삶을 위협받는 민간인에게 군복을 입은 외국인이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소말리아에 PKO(상록수부대)로 파병갔던 군 관계자는 “현지인들의 적대감을 누그러트리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떠나기 전에 교육을 받을 때 이 같은 점이 특히 강조됐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현지 민간인을 대하는 태도는 “빵을 던져주지 말라”는 한마디에 압축돼 있다. 현지인을 최대한 존중하라는 의미다.

이처럼 한국군 파병부대가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은 바로 정(情)이라고 할 수 있다. 함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우리 군이 하는 민사활동의 바닥에는 정이 깔려 있다. 구호품을 지원해도 우리는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깨끗하게 봉투에 넣어 주지만 다른 나라 부대원들은 전달에 집중해 던져주든, 건네주든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유엔 마크를 부착한 차량이 나타나면 현지인이 새까맣게 몰려들기 마련”이라며 “보통 다른 나라 군인들은 구호품을 던져놓고 가버리는데 이렇게 하면 서로 물품을 차지하려고 난리가 난다. 반드시 질서를 찾게 한 뒤 구호품을 전달하는 게 우리와 그들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군은 파병부대의 이름을 지을 때도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고심한다. 아프가니스탄 파병부대의 이름은 현지어로 친구인 ‘오쉬노’로 지었다. 오쉬노부대는 아프간 주민들의 친구가 되기 위해 현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이슬람 사원 수리 사업 등을 벌였다. 이로 인해 발언권이 높고 여론을 움직이는 마을 원로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오쉬노부대의 안전까지 보장받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오쉬노부대는 지난해 15번의 간접공격(박격포 등을 이용한 산발적 공격)을 받았는데 올해는 이 같은 공격이 단 한차례만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 능력도 코리아 넘버원

2011년 1월21일 청해부대 6진은 해적에게 피랍돼 끌려가던 ‘삼호주얼리호’의 선원 구출작전에 나섰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으로 이름 붙여진 이 작전의 성공으로 우리 군은 전 세계에 이름을 떨쳤다. 당시 작전에 정통한 인사는 “세계 특수작전 역사로 봐도 이 같은 성공적인 인질 구출작전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활동 중인 아크부대에는 특전사 요원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UAE의 특전부대원을 교육시키는 게 주요 임무로 우리 특전부대가 실시하는 강도 높은 훈련을 현지에 적용하고 있다. 아크부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군의 훈련일정을 소화하던 UAE 특수부대 측이 어느날 사막 생존훈련을 제안했다. 한국 특수전 부대와 기싸움을 벌이려는 의도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종목’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일간에 걸친 사막훈련에서도 한국 특수부대가 현지인 못지않은 생존능력을 보이자 “역시 한국 특수부대”라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레바논에서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을 하고 있는 동명부대 소속 요원이 현지 주민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레바논에 파견된 동명부대도 현지 활동기간이 5년을 넘어서며 ‘최고의 PKO부대’로 현지 주민들로부터 ‘신이 내린 선물’, ‘레바논의 진정한 친구’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파병의 정당성 논란

이 같은 활약상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내에는 해외 파병부대의 성격을 놓고 논란이 남아 있다. 다국적군 소속으로 파병된 오쉬노부대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미국이 중심이 된 다국적군(ISAF·국제안보지원군)에는 49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오쉬노부대 파견은 현지 재건사업팀의 안전보장을 위한 것이다. 한국의 국제협력단(KOICA)이 주축이 된 지방재건팀(PRT)이 탈레반으로부터 공격당하는 것을 막아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 오쉬노부대의 주된 임무다. 그러나 국내 시민단체에서는 유엔 평화유지활동이 아닌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일원으로 위험지역에 파병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나눔문화의 김재현 연구원은 “아프간 전쟁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개시한 전쟁인데 여기에 참여하면서 우리도 ‘이익을 위해 타국을 짓밟는 나라’가 됐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의 김희순 평화군축센터장도 “분쟁 지역에서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파병을 한다고 이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군부대가 아닌 개발협력단체를 파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외 파병부대 관계자는 “국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 군이 나가서 활동을 하는 것이고 동시에 국격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며 “군의 희생과 봉사에 대해 정당한 평가가 내려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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