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영토수호 의지를 부각시켜려고 기획했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친서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거부당한 데 이어 중국에서도 전달하는 데 곤욕을 치렀다. 게다가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인하는 발언 때문에 국제사회의 공분까지 사고 있다. 영토갈등과 과거사 문제를 놓고 일본이 응원군을 찾기 힘든 고립무원에 빠져든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조차 일본 외교의 미숙한 행태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외교 경험이 일천한 마쓰시타 정경숙과 와세다대 출신이 노다 내각의 전면에 포진해 있는 게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한·일 갈등은 노다 총리·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라인이 주도했다. 겐바 외상은 노다 총리의 마쓰시타정경숙 후배이며, 스기야마 국장은 노다 총리의 와세다대 동문이다. 노다 총리와 겐바 외상은 정치입문 후 외교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본 경험이 거의 없다. 스기야마 국장도 도쿄대가 주도하고 있는 외무성에 몇 안 되는 비도쿄대 출신으로 ‘주류’라고 할 수 없다. 총리를 동문으로 둔 배경 덕분에 요직에 오른 인물로 평가된다.
스기아먀는 정상 간 친서를 교환할 때는 실무자들이 미리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사본을 만드는 관례를 파괴하고 밀봉한 채 아무 설명 없이 주일 한국대사관에 전달해 놓고 일본 언론에 바로 공표했다. 편지 안에 ‘지뢰’(다케시마 상륙)를 장치해 놓고 상대가 열어보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스기야마는 또 지난 22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난 뒤 미국이 자신들을 지지한다는 거짓말을 언론에 흘리기도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적으로 있을 수 없는 치팅(cheating)들이다”면서 “스기야마가 총리와 외상을 등에 업고 어처구니없는 짓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태 초기 앞뒤 안 따지고 한·일 통화스와프 중단을 주장했던 아즈미 준(安住淳 ) 재무상은 노다 총리의 와세다대 후배로 장관이 되기 전까지 금융을 다뤄 본 경험이 전무하다. 각료회의에서 고노 담화 수정을 논의하자고 주장한 마쓰바라 진(松原仁) 공안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을 “무례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정조회장도 노다의 정경숙 후배들이다.
정부가 일본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제안을 거부하는 구술서를 보내면서 양국 갈등은 일단 소강상태에 들어갔지만 우리 외교당국은 여전히 일본 정국을 주시하고 있다. 외교 초보인 노다 내각이 지지율이 떨어지면 이를 만회하려고 ‘외교적 무리수’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노다 총리는 외교갈등으로 국제적 위신은 추락했어도 국내 지지율은 20%대에서 30%대로 올랐다. 일본에서는 이미 ‘11월 총선설’이 나오고 있다. 자민당이 선거공약으로 대외 강경노선을 내세울 경우 노다 내각도 경쟁적으로 더욱 우경화할 가능성도 작지 않은 상황이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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