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K씨는 최근 수입차를 팔고 국산 SUV를 구입했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수입차보다 실용적이고 넓은 공간을 가진 국산차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리스 만기가 도래해 2500만원에 이르는 잔금을 낼 형편이 안 되는 것도 국산차로 돌아온 현실적 이유”라고 덧붙였다. 40대 자영업자인 M씨도 수입차를 타다가 국산 대형 세단으로 바꾸기 위해 고민중이다. M씨는 “3년 무상수리 기간이 지나고 나니 작은 고장에도 수리비가 1백∼2백만원 들어가는 일이 잦다”며 “국산차보다 고장 없고 튼튼할 줄 알았던 수입차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말했다.
30∼40대 젊은층 수입차의 오너들이 다음 차로 국산차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국산차와 성능과 기능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고 수리비와 유지에 들어가는 현실적 비용이 가장 큰 이유라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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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저가 수입 세단 시장을 주도했던 혼다 어코드(좌), 국산 중형차 현대 YF쏘나타(우) |
수입차 오너들의 국산차 회귀 현상은 이른바 중저가, 저 배기량 수입차의 판매가 크게 늘어난 2007년 이후 시장 상황과 관련이 있다. 특히, 리스나 금융할부의 3년 만기가 도래하면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다시 국산차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24.2%에 이르는 2.0ℓ 미만 수입차가 2011년에는 42.4%로 크게 늘어났다. 대수로는 1만2930대에서 4만4334대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중저가 수입차의 절반 이상이 리스 혹은 금융할부로 판매됐다. 이 경우 국산차와 월 할부금 차이가 없고 AS기간 동안 엔진오일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유지비 부담이 없는 것이 판매에 강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나 리스나 금융할부를 통해 유예했던 돈을 갚기에는 부담이 많아 수입차를 떠나는 고객이 많다. 서울 목동의 한 국산차 영업소 관계자는 “지난 3∼4년간 팔려나간 수입차를 살펴보면 이른바 엔트리카로 부르는 3000만원∼5000만원대의 수입차가 많았었다”며 “특히 차 값의 절반을 3년 뒤에 내는 금융할부나 리스로 판매한 비율이 높아 3년의 할부기간이 끝나서도 2000만원∼3000만원의 유예금 부담이 있는 고객들이 국산차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이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수입차 고객이 국산차로 발걸음을 돌리는 또 다른 이유로 국산차의 품질·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꼽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산차의 품질이 최근 5년 새 급격히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교통안전공단이 지난 1월 국산차 8종과 수입차 3종의 안전도를 평가한 결과 국산 중형 세단이 동급 수입차에 비해 오히려 안전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또한, 해외의 품질 조사에서도 국산차가 수입차의 품질 차이가 없어졌거나 일부 브랜드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6월31일 미국 중고차 잔존가치 평가업체 ‘오토모티브 리스 가이드’는 미국인 3000명을 대상으로 브랜드인지품질조사를 벌였으며 현대차가 총 22개 브랜드 가운데 8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 ‘무상AS’끝난 수입차, 유지비 만만치 않아
업계에서는 중저가 수입차를 구매했던 고객이 국산차로 돌아서는 또 다른 이유로 수리비와 유지비를 꼽았다. 특히 무상AS 기간이 끝나는 3년 이후에는 유지비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큰 감가율에도 중고차로 팔고 국산차를 구입한다는 설명이다.
SK엔카에 따르면 올해로 3년차를 맞이한 수입차의 경우 같은 연식의 국산차보다 감가율이 최고 두 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중저가 수입차의 선두주자로 올라섰던 혼다 어코드 2010년식의 감가율은 35.4%인 반면 미국서 동급 차로 분류되는 현대 YF쏘나타의 경우는 23.3%의 감가율을 기록했다.
AS와 부품 수급의 문제도 수입차 오너들의 발길을 국산차로 돌리는 이유로 지목됐다. 세계일보가 7월17일 단독보도한 <수입차 매출은 ‘초고속’, 사회공헌·AS ‘게걸음’> 제하의 기사에 따르면 수입차는 전체 승용차 판매의 10%를 넘어섰지만 서비스센터는 수입차 브랜드를 모두 합해도 전국 230곳에 불과해 국산차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부품값과 공임에 대한 논란도 수입차를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수입차 부품은 공인 딜러의 서비스망을 통해서만 공급되기 때문에 해외에서 들여오는 것을 감안해도 국산차 부품값보다 평균 6.3배, 많게는 8배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 공임도 국산차에 비해 5.3배에 이르는 것으로 보험개발원 조사결과 확인됐다.
▲ 외형성장만 화려한 수입차, 부동산 거품과 닮아
전문가들은 수입차에 대한 일종의 ‘환상’이 최근 몇 년 간 수입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낳았고 거품이 꺼지면서 수입차에서 국산차로 회귀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대림대학교 김필수 교수는 “리스나 금융프로그램으로 수입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외형상 수입차가 큰 성장을 한 것 같지만 내실이 없어 문제다”라며 “리스나 할부 프로그램으로 손쉽게 수입차를 샀다가 값비싼 할부이자와 유지비에 두 손 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마치 부동산 거품처럼 수입차는 품질과 성능이 좋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에 구입했다가 다시 국산차로 회귀하는 합리적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입차 업계도 판매 대수를 늘리기 위해 이른바 ‘조삼모사’식의 무리한 마케팅을 기획할 것이 아니라 수입차를 탈 여유가 되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될 것”이며 “소비자들도 수입차의 구매와 수리·유지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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