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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국부다 ‘세계는 인재 전쟁’] (14) 과학 강소국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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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8-29 01:19:54 수정 : 2012-08-29 01: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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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국적 불문 글로벌 인재에 문호 연 ‘세계의 중립국’ 22.8명과 3.5명. 스위스와 우리나라의 노동인구 1000명당 과학기술 분야 박사 숫자다. 좁은 영토와 한정된 자원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국가의 인재 비율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답은 스위스의 대학 교육과 인재영입 정책에 있다. 소수의 엘리트를 집중 육성해 바로 기업에서 실용적 연구를 하도록 하는 산·학·연 연계와 세계 인재에 개방된 문호는 스위스를 작지만 강한 나라로 만들고 있다. 

글로벌 기업 입주한 로잔공대 글로벌 기업이 입주해 있는 로잔공대 내 이노베이션스퀘어.
로잔=백소용 기자
◆대학 실험실에서 기업까지


스위스 남서부에 있는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로잔. 인구 12만명에 불과한 소도시지만 주변 제네바 호수 지역을 포함하면 로잔연방공과대학(로잔공대·EPFL), 국제경영개발원(IMD) 등 대학·연구기관 10여곳과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 50곳이 밀집된 산학연의 중심지다.

특히 인재를 육성해 기업과 연구소에 공급하는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로잔공대는 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과 함께 스위스를 과학강국으로 만든 교육의 산실로 꼽힌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두 국립대학은 각종 대학평가에서 줄곧 상위권을 지킨 스위스의 자랑이다. 스위스는 대학 진학률이 고작 20%대에 머물 정도로 ‘엘리트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취리히공대가 노벨상 수상자만 26명을 배출할 정도로 기초과학에 강하다면, 로잔공대는 응용과학에 특화돼 있다. 로잔공대는 대학 안에 기업 연구실이 대거 입주한 형태의 이노베이션스퀘어와 사이언스파크를 마련해 대학과 기업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노베이션스퀘어에는 노키아, 시스코 등 11개 글로벌 기업이 들어와 1150명이 고용돼 있다. 그 옆의 사이언스파크에는 학교 실험실이나 학생이 시작한 벤처기업 100여곳이 있다. 기업은 젊고 우수한 인력을 빠르게 수혈받고 학생은 쉽게 일류기업에 들어가거나 창업할 길이 열린 셈이다.

로잔공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외협력처 업무를 맡고 있는 임종은 박사는 “이노베이션스퀘어에 있는 기업 중에는 굳이 새로운 것이 실험실에서 나오길 기다리기보다는 잠재력 있는 벤처기업을 흡수해 빠른 시장 점유를 꾀하는 곳이 많다”며 “학생이 이들 기업에서 인턴을 할 수 있고 입주 기업과 학생 간 네트워크 형성이 쉽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 공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과 기업, 연구소의 산학연 연계와 동반성장은 스위스 대학 교육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특히 30여년 전 로잔공대 출신인 다니엘 보렐이 학창시절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은 마우스 등의 컴퓨터 주변기기 업체 로지텍 설립으로 이어졌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로지텍은 최근 이노베이션스퀘어에 연구개발(R&D)센터를 마련해 다시 입주했다.

로지텍 관계자는 “로잔공대 학생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졸업생이 회사의 엔지니어로 들어오기도 하는 등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다”며 “특히 캠퍼스 안에 연구실을 마련해 매우 혁신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인재 영입해 과학강국 일궈


스위스의 기초과학, 생명공학, 정밀기계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스위스가 그동안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는 29명이다. 인구 대비로 따졌을 때 세계에서 가장 많다.

패트릭 애비셰 로잔공대 총장은 “스위스라고 하면 사람들은 알프스, 초콜릿 등을 떠올리지만 사실 하이테크 강국”이라며 “한정된 자원을 가졌지만 과학교육에 많이 투자해 연구 파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760만명에 불과한 스위스는 좁은 영토와 한정된 자원이라는 걸림돌을 기회로 만들었다. 자국의 인재를 육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외 인재를 적극 영입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웠다. 첨단기술 유출을 우려해 폐쇄적인 정책을 고집하는 국가도 있지만 스위스는 인재에 문을 활짝 열며 해외 교류기회를 늘려 시장 진출을 도모했다. 한 예로 글로벌 식품 기업인 스위스 네슬레는 임원의 90%가 외국인이고 해외 각국에 진출해 매출액의 98%를 외국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세계의 인재가 스위스로 몰리는 데는 스위스 특유의 유연하고 열린 문화도 큰 힘을 발휘했다. 스위스는 유럽의 강대국 사이에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며 다양한 국가의 인재를 흡수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직후 망명온 과학자를 활용하기 위해 연방직업기술교육청에서 혁신사업개발을 집중 지원하기도 했다. 과학연구 지원을 담당하기 위해 1952년 설립된 국가과학재단(SNSF)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매년 우수 연구과제를 선정해 8000명에게 총 7억 스위스프랑(약 83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재스위스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심임보 로잔공대 교수는 “스위스의 두 연방공대와 종합대에서 기초과학 인력의 30% 이상이 외국인이며 외국 교수의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며 “교수는 외국과 공동연구 수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좋고 스위스는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로잔·취리히=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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