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전혀 뿌리가 다른 남자와 여자가 만나 이뤄진다. 그래서 가정에는 갖춰야 할 근본이 있어야 한다. 경행록의 가르침은 울림이 크다. “글을 읽는 것은 집을 일으키는 근본이요, 이치에 따름은 집을 잘 보존하는 근본이며, 부지런하고 절약해 낭비하지 아니하는 것은 집을 잘 처리하는 근본이요, 화목하고 순종하는 것은 집안을 잘 다스리는 근본이다(讀書起家之本 循理保家之本 勤儉治家之本 和順齊家之本).”
남녀가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는 데는 여러 경로가 있지만 전통적 방법은 중매가 대세였다. 하지만 중매의 어려움은 생각보다 크다. 일회용이 아닌 평생 반려자를 소개하는 일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중매를 잘하면 술이 석 잔이고 잘 못하면 뺨이 석대라’라는 속담은 빈말이 아니다.
한자문화권에선 중매쟁이를 ‘월하빙인(月下氷人)’이라고 한다. 월하노(月下老)와 빙상인(氷上人)의 고사를 합한 데서 비롯됐다. 태평광기(太平廣記) 정혼점(定婚店)에 보면, 당 태종 때 위고(韋固)라는 총각이 있었다. 어느 날밤 한 노인이 책을 뒤적이는 것을 보았다. 이 노인은 위고의 아내 될 아가씨는 송성에서 채소를 파는 진이라는 노파가 안고 있는 갓난아기라고 말했다. 세월이 흘러 14년 후, 위고는 관리가 되어 그 고을 태수의 딸과 결혼했다. 그런데, 신부가 첫날밤에 “실은 저는 태수의 딸이 아니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제 유모가 채소를 팔아가며 길러 주셨습니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또 진서(晉書)에는 진나라 때 영고책이라는 사람이 얼음 위에서, 얼음 밑의 사람과 얘기하는 꿈을 꾸었다. 그가 역술가에게 해몽을 청하자 영고책이 봄이 되면 남녀의 결혼중매를 하게 될 것이라 풀이했다. 그후 고을 태수의 아들과 장씨 딸의 중매를 섰다고 한다.
노총각·노처녀를 울리는 결혼정보업체의 횡포가 심각하다고 한다. 지나친 상술 탓이다. 자신의 자녀 일로 여기고 중매하는 ‘월하빙인’ 자세가 아쉽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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