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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황제는 中 문화패권주의의 선봉

입력 : 2012-08-17 19:42:48 수정 : 2012-08-17 19: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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最高의 상징 공자 내세워 문화적·사상적 균질화
最古의 상징 황제 내세워 신화적·역사적 균질화
2012년 4월 3∼8일 중국 CCTV와 케이블 채널 CNC는 다큐멘터리 ‘황제’ 6부작을 전 세계에 방영했다. 중국 한족의 시조로 모셔지는 황제 제사 실황과 황제의 기원 의미 역할 등을 추적한 거작이다. 중국 지도부는 다큐물 황제의 대외방영을 통해 신해혁명으로 용도폐기된 황제를 100년 만에 다시 국제무대에 데뷔시킨 셈이다. 물론 전 세계에 전파한 목적은 황제의 등극을 세계에 알린다는 공산당 프로파간다의 일환이며 ‘팍스시니카’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2005∼06년부터 주요국 수도에 공자학원을 세웠다. 전 세계 공자학원에서는 공자와 유교 사상을 열렬히 가르치며 공자 동상을 곳곳에 세우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G1)을 목표로 야심차게 굴기하고 있는 중국의 이른바 문화공정은 ‘공자’와 ‘황제’다.

이유진 지음 / 글항아리 / 1만1000원
한 손엔 공자 한 손엔 황제―중국의 문화 굴기를 읽는다 / 이유진 지음 / 글항아리 / 1만1000원


연세대 인문학연구원의 이유진 박사는 최신작 ‘한 손엔 공자, 한 손엔 황제’를 통해 중국이 문화패권주의에 흐를 개연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경제와 군사 패권에 이은 문화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 공산당의 흐름을 추적했다. 이미 동아시아의 공동문화자산인 유교사상을 문화패권주의에 묶어 이용한다면 한국이나 일본 등 같은 문화권의 국민은 좌시할 수 없다.

현재 미국을 압도하는 초강대국을 꿈꾸는 중국은 ‘중화 내셔널리즘’을 구현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중화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슬로건은 G1을 향한 중국의 집념이며 공산당 권력을 유지하는 최선의 길이다.

청제국이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던 1900년대 초엽, 청 조정은 혁명파(革命派)와 유신파(維新派)로 갈려 극한 대립을 보였다. 혁명파는 청 조정을 무너뜨려 한족의 제국을 재건하자고 했고, 반면 유신파는 중국 영토 안의 모든 민족을 중국인으로 아우르고자 했다. 한족과 다민족파가 대립한 양상이다.

2011년 1월 베이징 톈안먼광장 부근의 중국국가박물관에서 제막된 공자상.
혁명파는 절대왕정시대의 황제를 시조로 추앙했고, 유신파는 공자를 추앙했다. 유신파는 중국 내 56개 민족 연합체, 즉 다원일체 중화 민족의 국가 건설이 목표였다. 그런데 오늘날 중국은 다원일체 중화민족을 부르짖고 있다. 말하자면 공산당이 유신파를 계승했다고나 할까.

한족의 시조인 황제가 어느새 중화민족 전체의 시조로 변신한 것이다. 게다가 청조 땐 황제가 서아시아 출신이라는 서아시아 기원설이 주류였다, 지금은 황제의 근거지가 중국 동북의 홍산(紅山)이라는 게 대세다. 황제는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부활시키는 게 지금 중국이다.

문화민족주의의 아이콘 노릇을 하는 공자 역시 편리할 때마다 끄집어낸다. 공자가 문화패권주의의 선봉에 나선 격이라고 할까.

차기 국가 주석으로 거의 확정된 시진핑은 “중국은 앞으로 더 발전하더라도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일고 있는 ‘중국위협론’을 무마하려는 의도적인 발언이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나라는 별로 없다.

지금 2010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경계심으로 가득 차 있다. 중국의 군사적 팽창주의, 주변 국가와의 영토분쟁, 아프리카의 자원 독점 등 중국 위협론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중국 산시성 황링현에 있는 황제릉 맨 꼭대기에 위치한 묘석. 매년 4월 4일 수만 명의 참배객이 다녀간다.
저자는 “중국에서 공자는 최고(最高)의 상징이며 황제는 최고(最古)의 상징”이라면서 “과거의 영광을 오늘에 재현하려는 욕망의 덩어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화공정은 경제와 군사에 이어 문화 소프트파워를 충전해 세계 패권을 장악한다는 공산당의 핵심전략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공자와 황제의 프로파간다는 56개 민족을 아울러야 하는 다민족국가의 통합을 겨냥한 것이다. 이를 되짚으면 다른 사상과 문화 체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황제를 내세워 이뤄 내려는 신화적·역사적 균질화, 공자를 내세워 펼쳐 내려는 문화적·사상적 균질화는 울퉁불퉁한 목소리들을 잠재울 것임이 분명하다”고 풀이했다. 공산당이 외치는 화해와 협력은 중국의 뜻대로 세계질서를 재편한다는 ‘팍스시니카’가 전제돼야 한다.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하게 될 것이다. 그 한쪽에서는 영토분쟁, 역사분쟁, 자원쟁탈전을 끊임없이 진행할 것이다.

저자는 결론에서 “중국의 일방적인 영향력의 행사가 가능해진 오늘날 국제질서에서 중국이 과연 ‘화해’라는 명분을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지 지켜볼 일”이라고 했다. 글항아리 출판사는 우수논문을 단행본으로 묶어내는 아케이드프로젝트의 첫 작품으로 이 책을 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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