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테리아.’
1880년대 영국 런던 여성의 절반이 걸렸으리라 추측될 만큼 심각한 질병이다. 당시엔 ‘과하게 활발한(overactive) 자궁’이 원인으로 여겨졌다. 초기 증상은 우울증·불감증·섹스중독. 심하면 정신병원에 갇히거나 자궁적출을 할 만큼 무서운 병이다.
가난한 젊은 의사 그랜빌은 이 히스테리아를 치료하는 상류층 대상 여성전문병원에 취직한다. 여러 병원을 전전한 뒤 만난 곳이다. 그는 새 직장에서 손으로 회음부를 자극하는 치료법을 전수받는다. 귀부인이 홍조 띤 얼굴로 정신없이 비명을 지르며 ‘히스테리’를 발산하면 치료 끝.
23일 개봉하는 영화 ‘히스테리아’는 여성용 바이브레이터의 탄생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섹스·로맨틱 코미디다. 전화 등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싹트기 시작한 시대상을 밝은 톤으로 버무렸다. 1880년대 금기시됐을 여성의 성적 욕망을 귀엽고 유쾌하게 그려냈다.
그랜빌을 고용한 병원장에게는 두 딸이 있다. 동생 에밀리는 ‘영국적 미덕과 여성스러움의 표본’이다. 언니 샬롯은 정반대다. 빈민구호소를 운영하며 하층민과 어울린다. 여성도 배우고 취업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결혼제도에 부정적이다. 매기 질렌할이 연기한 샬롯은 늘 활기차고 긍정적이며 다혈질이다. 그랜빌은 처음엔 조신한 동생에게 반한다. 그러나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대로 그가 주체적인 샬롯과 맺어지리란 걸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랜빌은 여성병원에서 ‘성실하고 진지한’ 손놀림으로 귀부인들의 사랑을 받는다. 손님이 넘쳐나 예약을 받지 못할 정도다. 그는 과로에 시달리다 못해 결국 손목이 고장난다. 냉정한 병원장은 그를 쫓아낸다. 실업자가 된 그는 기술 마니아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바이브레이터’를 발명한다. 소형 발전기가 있어야 작동하지만 효과는 백점 만점. 그랜빌은 금세 명성과 부를 얻게 된다.
‘히스테리아’는 성을 주제로 했지만 무겁지 않은 작품이다. 결말도 낙관적이다. 캐릭터의 변화 등이 다소 계몽적으로 느껴질 수는 있다. 후반부 재판 과정에서 일제히 손뼉치는 방청객은 영화의 밝은 톤을 감안해도 다소 작위적이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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