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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오빤 광대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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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8-15 20:30:55 수정 : 2012-08-15 20: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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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이 발산하는 전복적 에너지
거꾸로 보아야 제대로 보이는 현실
대한민국 서울 강남에서 발진한 뮤직비디오 한 편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대중가수 싸이가 직접 작사·작곡해 부르고 춤까지 춘 ‘강남스타일’이 그것이다. 주차장, 목욕탕, 횡단보도, 공원 가릴 것 없이 섹시한 여인들을 배경에 거느리고 촌스럽기 그지없는 ‘말춤’을 추며 ‘오∼오빤 가앙∼남 스타일’을 느끼하게 외쳐댄다. 유튜브로 순식간에 전파된 이 뮤직비디오는 해외에서 먼저 ‘대박’이 났다. 미국 마이애미 지역 텔레비전의 아침방송 출연진이 스튜디오에서 단체로 말춤을 추고, CNN 앵커가 그의 춤과 노래를 소개했다. 미국 소녀가 패러디물을 유튜브에 올리고 이 대열에 프랑스까지 가세했다. 급기야 이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지 한달 만인 지난 14일 현재 2900여만 건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 세계적 팝스타를 제치고 1위로 등극했다. 국내에서도 홍대스타일, 대구스타일, 광주스타일, 줌마스타일로 이어지더니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까지 ‘강남스타일’을 인용해 유세를 펼치는 형국이다. 

조용호 논설위원
대체 무엇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을 열광케 하는 걸까. 외국인들에게는 중독성 넘치는 비트와 코믹한 ‘말춤’이 그들을 끌어들인 가장 큰 요소일 것이다. 국내에서 작동하는 ‘강남스타일’ 메커니즘은 간단치만은 않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건 아니다. 싱어송라이터인 그가 예전부터 정색을 하고 강남을 비판한 노래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새삼 눈에 띈다. 19금 노래로 분류된 ‘해가 지면’에서는 하룻밤에 술값으로 몇백 몇천만원을 뿌리는 졸부 자식들의 행태를 노골적으로 거칠게 비판했다. 그나마 ‘강남스타일’은 직설적이고 저급한 이전의 키치에 비하면 고급스러운 편이다.

‘강남스타일’에는 이른바 ‘키치’와 ‘B급 정서’가 지니는 전복적 힘이 있다. 본명 박재상을 ‘싸이’로 개명한 건 스스로 ‘싸이코’임을 내세운 가장 상징적인 전복이다. 싸이가 만들고 부른 ‘청개구리’의 한 대목. ‘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남 얘기가 안 들려, 어려서 그랬을까 하지만 지금도 잘 안 들려,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너 그러다 뭐 될래, 살면서 가장 많이 하고픈 말, 내가 알아서 할게….’ 엊그제 ‘힐링캠프’에 나와 털어놓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싸이는 실제로 성장기에 어지간히 부모 말을 듣지 않은 ‘꼴통’이었던 모양이다.

정작 진짜 ‘강남스타일’은 자신들을 조롱했다고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밤무대에서 신나게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즐길 것이다. 안동 ‘하회 탈춤’은 양반들을 희화하는 게 핵심이다. 역설적으로 이 탈패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건 그 지역 양반들이 물주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그건 지배계급의 아량이라기보다 그들 자신을 위한 보험에 가까웠다. 숨 쉴 구멍을 뚫어놓지 않으면 폭발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압력솥에 증기구멍을 내는 이유다.

기성의 시각과 관성으로만 보면 보이지 않던 부분들도 뒤집어보면 명쾌하게 드러나는 때가 있다. 세련된 ‘강남스타일’에 싸이처럼 터무니없이 촌스러운 존재가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애당초 불가능하다. 반론도 있다. 싸이야말로 강남 8학군 출신인 데다 외국물까지 먹고 놀아볼 만큼 놀아본 뼛속까지 ‘강남스타일’인데, 저리 허세를 부리는 건 “니들이 진짜 강남을 아느냐”고 되묻는 ‘강남 짝퉁’들에 대한 조롱이란다.

물론 다르게 해석될 여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광대정신에 충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네 전통 탈놀이는 조롱과 풍자, 유희가 본질이다. 서양 광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셰익스피어 희곡에 자주 등장하는 광대들은 진실을 에둘러 말하는 존재들이다. 그 광대들은 비판하고 조롱해도 면책 특권을 부여받았다. 대중가수 한 사람의 우연한 ‘대박’을 두고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 아니냐는 힐난도 있을 수 있다.

맞다. 그렇다면 눈 딱 감고 싸이의 느끼한 목소리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어보자. 진짜 내 스타일을 발견할지 누가 아는가.

조용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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