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벽 1시32분(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엔지니어 앨런 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자 연구소에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지난해 11월 큐리오시티(Curiosity·호기심)가 화성으로 떠난 뒤 긴장 속에 여정을 지켜봐야 했던 과학자들은 그제야 마음을 놓은 듯 서로 얼싸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약 5분 뒤 큐리오시티가 흑백 사진 3장을 보내오자 더 큰 환호가 울려퍼졌다. 여기에는 화성 표면에 생긴 큐리오시티의 그림자와 몸체에 달린 바퀴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몸값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의 큐리오시티는 착륙을 정확히 7분을 앞두고 화성의 붉은 대기 속으로 들어왔다. 탐사선을 품은 열방어막은 대기와 마찰하며 섭씨 2100도까지 달아올랐다. 11㎞ 상공까지 내려오자 낙하산이 펼쳐졌다. 초속 5.9㎞에 육박했던 속도는 낙하산에 힘입어 대기권 진입 4분38초 만에 초속 125m까지 줄었다. 탐사선 바깥도 이제는 그렇게 뜨겁지 않다. 열방어막이 떨어져나갔다. 대기권 진입 6분 뒤. 지면까지는 80m밖에 안 남았고 속도도 초속 80m 수준. 탐사선은 낙하산을 버리고 하강기와 함께 착륙을 준비한다. 하강기에 몸을 묶은 탐사선이 드디어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6일 오전 1시32분. JPL 연구소에 큐리오시티의 착륙 성공 신호가 전송됐다.
나사의 착륙 시나리오 ‘공포의 7분’이 기적이 된 순간이다. 2000년 이후 100% 화성 탐사 성공률을 기록한 나사의 위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마지막 서커스’는 ‘바늘구멍을 통과해 날아가는 7분’으로 표현될 만큼 험난한 과정이었다. AP통신은 “역사상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곡예 수준의 도전이었다”고 평가했다. 찰스 볼든 나사 국장은 “오늘은 미국과 미국인, 그리고 큐리오시티에 기여한 모든 협력국에 엄청난 날”이라고 감격했다.
이날 뉴욕 대표 명소 타임스스퀘어에서는 대형 화면을 통해 큐리오시티의 착륙과정이 생중계됐다. 늦은 시간인데도 시민 수백명이 카메라를 들고 모여들었다. 착륙 성공이 확인되자 시민은 “나사! 나사!”를 연호하며 박수 갈채를 보냈다.
◆붉은 별엔 정말 외계인이 있을까
지금까지 인류가 화성에 쏘아올린 우주선(탐사선, 궤도선 포함)은 41기에 이른다. 금성과 비슷하고, 목성이나 다른 행성에 비하면 월등히 많다. 외계 생명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1893년 이탈리아 천문학자 조반니 치아파렐리는 자신의 책 ‘화성의 생명’에서 “곧게 뻗은 해협이 보인다. 깊지는 않아도 폭은 100∼200㎞나 된다. 물과 생명체는 아마도 이 해협을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화성 관측 결과를 적었다.
시간이 흘러 치아파렐리가 봤던 해협은 망원경이 빚어낸 착시로 밝혀졌지만 오늘날에도 지구인은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화성에 쏟아붓고 있다. 큐리오시티 목표도 ‘생명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나사는 생명 자체가 아니라 흔적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치아파렐리의 가설이 허구로 끝난 것처럼, 지난 100여년의 화성 탐사는 ‘알고 봤더니 아니더라’로 끝을 맺곤 했다. 지금은 2000년대 초 제기된 일명 ‘지하 호수’가 불씨가 돼 연구가 진행 중이다. 당시 화성 지하에서 과거 물이 넘실댔던 것으로 보이는 지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나왔다. 아직 희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나사가 생명 흔적을 앞세운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어떤 실마리라도 잡아 연구비를 지원 받고 탐사 명맥을 이어가려는 의도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를 두고 ‘교묘한 게임’이라 불렀다.

◆불붙는 탐사 경쟁
지금까지 우주 탐사는 나사가 독보적이었다. 2003년 영국의 화성 탐사선 비글호는 착륙에 실패했고 지난해 말 러시아가 15년 만에 쏘아올린 포보스 그룬트호도 화성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도전장을 내는 나라가 급속히 늘고 있다. 인도가 내년 궤도선을 보낼 예정이고 유럽도 2016, 2018년 발사 목표를 세웠다. 중국은 화성 대신 달과 우주정거장 등 현실적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윤지로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