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통해 위정자의 덕목 그려
팩션사극의 추측이나 허구 설정
현실 속 ‘가능성의 역사’ 드러내
영화와 드라마 등 대중문화 전반에 ‘팩션사극’ 열풍이 거세다. 2012년 충무로에도 다양한 소재의 팩션사극이 쏟아져 나와 열띤 흥행경쟁을 펼치고 있다.
![]() |
|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
팩션(faction)이란 사실을 뜻하는 팩트(fact)와 허구란 의미의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실존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방식을 말한다. 충무로 팩션사극의 인기는 비단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해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최종병기 활’의 흥행, 멀게는 2005년 ‘왕의 남자’의 1000만 관객 동원이 팩션사극의 꾸준한 제작을 부추겼다.
![]() |
|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 |
20대의 젊은 충녕(주지훈 분)은 두 형을 제치고 세자 자리에 오른 뒤 왕이 되기를 거부, 궁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담벼락에서 우연히 마주친 덕칠(주지훈 분)과 신분이 뒤바뀐 충녕은 계속되는 폭정과 흉년에 고달픈 백성들의 삶을 체험하면서 왕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들을 하나둘 배우기 시작한다.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충녕이 성군 세종대왕으로 거듭나기 전, 세자 시절 이야기를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해 재구성했다. 충녕이 나물은 뱉고 고기만 먹는 어린애 같은 식성을 지녔다거나, 형 양녕(백도빈 분) 앞에서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소심한 겁쟁이라는 등의 설정이 관객들에게 신선한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팩션사극은 역사적 사실에 충실했던 정통사극과는 달리, 배경이나 인물에 대한 설정만 있을 뿐 추측이나 허구로 뒤덮여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의 역사’를 드러낸다.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팩션사극은 기록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이런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대중의 갈망을 담고 있다”면서 “사극은 현실 정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대선이나 총선을 앞두고 제작이 활기를 띠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화나 드라마에 세종대왕이나 정조대왕의 이야기가 주로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주목했다. 그는 “세종은 이상(理想)의 정치, 정조는 변혁(變革)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훌륭한 극적 소재가 된다”면서 “현실 정치에 대한 불만과 바람은 팩션사극의 인기를 부른다”고 말했다.
![]() |
|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코미디 사극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지략가 이덕무(차태현 분), 무사 백동수(오지호 분) 등이 모여 서빙고(얼음창고)의 얼음을 훔쳐내는 과정을 그린다. 극 후반에는 정약용까지 등장해 실존인물들이 ‘도둑질’을 하는 설정이 눈길을 끈다.
이런 팩션사극은 시대만 조선시대일 뿐, 내용은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일레븐’과 별반 다르지 않은 ‘하이스트 무비(heist movie·강도와 약탈을 주 내용으로 하는 영화 장르)’로 현대의 관객들에게 친숙한 재미를 전달한다.
실제 존재했던 시대나 인물을 바탕으로 한 탓에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의 소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정통사극이 주를 이뤘던 과거에 비해 “극은 극이고, 허구는 허구일 뿐 사극에서 역사적 사실을 강요하지는 말자”는 분위기가 더욱 팽배해졌다.
송영애 서일대 영화방송과 강사는 “팩션사극에서 시대배경이나 역사적 인물 등 몇몇 설정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픽션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한 시대, 한 인물에 대한 반복적인 이미지 주입이 아닌 이상, 관객들 역시 극에서 단순한 흥미를 찾을 뿐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팩션사극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유발하거나, 혹은 그런 관심의 결과물로서 태동하는 경우는 많다. 이는 역사 왜곡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이 팩션사극은 사극이라는 본바탕 위에 로맨스, 액션, 범죄,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입힐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즉, 관객들은 사극이란 테두리 안에서 현시대의 삶과 밀접한 이야기를 접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나간 시대에 대한 향수(노스탤지어)에 젖게 된다. 이는 공감 내지는 매혹의 장치로서 팩션사극의 허구성을 더욱 정당화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현화영 세계닷컴 기자 hhy@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반세기 만의 유인 달 탐사](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2/128/20260402520494.jpg
)
![[기자가만난세상] 노동신문 ‘혈세 논쟁’을 끝내자](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2/128/20260402520485.jpg
)
![[삶과문화] 인생의 작용과 반작용](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2/128/20260402520364.jpg
)
![[박일호의미술여행] 고단한 삶을 품은 풍경화](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2/128/20260402520408.jpg
)








![[포토] 박하선 '벚꽃 미모'](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2/300/2026040252070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