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스스로 읽을 수 있는 글줄로 된 통사책으로 흐름 잡아야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사는 주부 A씨(45)는 한국사만 생각하면 속이 답답해진다. 국·영·수는 100점 받는 딸(초등 5학년)이 사회 시험에서 49점을 맞았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한국사’라는 말만 들어도 얼굴을 찡그린다. 사회 교과서가 이해 안 되고 무작정 외우는 게 너무 싫단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교과서를 펴놓고 함께 공부하자고 살살 달랜다. 그깟 5학년 사회쯤이야 쉽게 가르치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교과서를 보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진대법, 훈요 10조, 노비안검법, 시무 28조, 무신정변, 경국대전, 북벌론, 모스크바3국외상회의, 발췌개헌, 제헌국회, 유신헌법…’이게 정말 5학년 교과서 맞아?’, ‘5학년 사회 교과서가 언제 이렇게 어려워졌지?’라며 연거푸 한숨만 내쉰다.
참교육연구소가 교과서와 교육과정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많은 교사가 사회를 가장 가르치기 어려운 교과로 꼽고 있으며, 학생들의 57.3%도 사회가 가장 어렵다고 답했다.
◆ 한국사 때문에 교실마다, 집집마다 ‘난리’
교사와 학부모들은 특히 초등 5학년들이 사회를 어려워한다고 입을 모은다. 1년 내내 한국사를 배우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의 변화로 예전에는 6학년 1학기 때 배우던 걸 이제 5학년 1년 동안 배우게 된 것이다.
김봉수 교사(기산초등학교)는 “5학년 담임을 맡은 선생님들 말로는, 교과서를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고, 단어 뜻풀이를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초등 5학년 아들을 둔 정은진(37, 은평구 응암동) 씨는 “영어·수학 성적은 괜찮은데, 사회 점수가 안 나와 걱정이다. 답답해 교과서를 봤더니 어려운 용어나 개념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윤현주(38, 동대문구 장안동) 씨도 “6학년 딸 아이가 작년에 한국사를 배웠는데 힘들어했다. 삼국 시대까진 어느 정도 따라갔는데, 고려 시대부터 암기할 것도 많고 복잡해지니 공부하기 싫어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한국사가 고등학교 필수과목이 되면서 한국사 공부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통합교과를 지향하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사는 여러 과목의 기본 배경지식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초등 4학년 국어 교과서를 보면 궁궐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국사 지식이 부족하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시나 소설을 공부할 때도 역사적 배경지식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어떤 중학교 미술시험에선 경복궁 십장생 굴뚝을 묻는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 통사책으로 흐름 파악해야
이렇듯 한국사 공부가 더 어려워지고, 더 중요해지면서 학원이나 논술교실에서는 단기간에 한국사를 끝내준다는 특강 수업도 많이 생겨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한국사 전체를 공부한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된다고 말한다.
이지은(체험학습 교사) 씨는 “한국사 단기 특강수업은 중요한 사건만 훑어보는 정도다. 그렇게 배워선 아이들이 역사 흐름을 잡기 어렵다. 역사 공부는 책 읽기가 기본”이라고 말했다.
황경숙(어린이책 평론가) 씨는 “통사책을 읽어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전래동화, 인물 전기 등을 낱권으로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들은 사극 <무신>을 열심히 보고도 무신정권이 고려시대인지, 조선시대인지 헷갈려 한다. 이렇게 조각난 역사 지식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꿰어주는 통사책을 읽혀야 한다. 초등학교 때 통사책을 통해 전체 흐름을 이해한 아이들은 중고등학교에 가서도 수월하게 공부한다”고 조언했다.
◆ 교육환경이 바뀌면서 초등 역사책 고르는 기준도 달라져
그럼 어떤 통사책을 읽히면 좋을까? 황 씨는 “교육환경이 변화하면서 초등 역사책을 고르는 기준도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첫째, 새로 바뀐 교과서의 내용을 충실하게 담은 책을 많이들 찾는다. 둘째, 만화책보다는 글줄로 된 책을 읽히려고 한다. 3~4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역사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데 만화책은 지식의 양이 부족하고 흐름을 짚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셋째, 글줄로 되어 있으면서도 아이들이 술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출판 동향을 보면 이런 변화가 잘 감지된다. 올해 5월에 출간된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란 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요 인터넷 서점의 어린이 역사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보면, 부모가 원하는 초등 역사책의 모습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다.
이은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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