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세 가족’을 이뤘던 옛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 등 통합진보당 제 정파는 지난 주말에 이어 30일에도 긴급회동을 통해 탈당·재창당 등 향후 진로를 논의했다. 통합진보당 최대주주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미 끝난 인연”이라는 입장이다.

참여계 천호선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탈당해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도 배제하지 않으면서 당내 아직도 할 일이 남아있는지에 대해서도 폭넓게 살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날 회동 결과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민주통합당과 살림을 합치는 방안도 나왔다. 제명안 부결 직후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던 참여계 강동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 입당을) 통 크게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한 발 더 나갔다. 주요 정책이 ‘좌클릭’한 민주당에 입당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같은 탈당 논의가 현실화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한 참여계 당직자는 이날 통화에서 “당을 깨고 나가는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난 당직선거 때 힘을 합쳤던 진보신당 탈당파 등 다른 쇄신그룹과 의견을 교환하며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강기갑 대표와 혁신그룹에 속한 주요 통합진보당 인사들은 이날 저녁 모여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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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통합진보당 당사에서 한 당직자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거울 속에 거꾸로 비친 통합진보당 당명이 국민의 여망인 혁신과 쇄신을 거부한 채 거꾸로 가고 있는 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하다. 남제현 기자 |
당비납부 당원의 절반 정도가 소속된 민주노총은 “이미 남남”이라는 반응이다. 8월 중앙집행위에서 결별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에 대해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은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5월 “비례대표 총사퇴, 전면쇄신을 조건으로 지지 철회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정했는데 어느 하나 이뤄지지 않은 만큼 사실상 갈라선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사당’이 된 통합진보당에서 집단탈당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으나 실효성 문제 때문에 안건 채택 여부는 불확실하다.
구당권파는 대학생 정치캠프를 열고 각종 공식 일정을 치르며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침묵의 형벌을 받겠다”던 이정희 전 공동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는 공동운명체”라며 “다시는 헤어지지 않는 진보정당, 화합하고 단합하는 통합진보당을 만들겠다던 우리의 희망이 사라졌다고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화합을 촉구했다. 이에 신당권파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이 ‘화합’을 외치는 것은 “적반하장”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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