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낙담해서 팔때 사고 남들이 살때 판다” 모토
뮤추얼 펀드 ‘템플턴 그로스’로 경이로운 성과 올려 1987년 영국 여왕에게서 기사 작위를 받은 존 템플턴경은 글로벌 가치투자의 태두로 불린다.
1937년부터 월스트리트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그는 1954년 자신의 이름을 붙인 뮤추얼펀드인 템플턴 그로스 펀드를 출범시켜 놀라운 성과를 냈다.
만약 템플턴 그로스 펀드가 처음 출범할 때 10만달러를 투자했다면, 펀드 출범 50년 만인 2004년 9월 말 기준으로 무려 600배가 넘는 6020만달러로 불어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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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가치투자의 태두로 불리는 존 템플턴 경. |
1912년 미국 테네시주에서 태어난 템플턴은 변호사 일과 사업을 겸하는 부친 밑에서 비교적 유복하게 자라났다. 이후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옥스퍼드대학에서 장학생으로 법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 후 템플턴은 달랑 100파운드를 가지고 유럽과 아시아로 여행을 떠났다. 8개월의 긴 여정을 마친 템플턴은 페너앤드빈에 입사하지만 1년 후 내셔널 지오피지컬이라는 작은 회사의 부사장으로 옮겨갔다.
1939년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으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주식시장이 붕괴하자 템플턴은 1만달러를 빌려 이전 회사인 페너앤드빈으로 돌아가 주식을 사들였다. 그는 1년 후 대출금을 모두 상환할 만큼 큰돈을 벌었다. 매수했던 주식을 차분히 처분하며 4만달러에 달하는 차익을 남긴 그는 이후 몇몇 동료와 함께 1954년 700만달러 규모의 자산으로 템플턴 그로스 펀드를 설립했다. 1992년에 그가 굴린 자산 규모는 220억파운드에 이르며, 이후 1997년까지 800억파운드를 소유한 400만명의 투자가가 템플턴과 함께하고 있다.
◆일본을 사고 한국도 샀다
템플턴은 1968년 지켜보던 일본에 투자하기 시작한다. 그는 템플턴 그로스 펀드 투자자금의 50%를 일본 주식으로 채울 정도로 대량의 금액을 쏟아부었다. 덕분에 1969년 9월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그해의 가장 좋은 성과를 낸 상위 25개 뮤추얼펀드에서 1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마침내 1980년대 초반과 중반 과감히 일본 주식을 처분하고 한국으로 갈아탔다. 자본유출 제한 규정으로 직접적으로 투자하진 않았으나, 1991년 템플턴은 템플턴 펀드 미팅에서 한국을 중국, 브라질, 태국, 터키와 함께 개발도상국 중 하나로 언급하며 “가장 흥분되는 투자 기회”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우리가 금융위기를 맞아 혼란에 빠져 있던 1998년 월스트리트는 템플턴이 한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려 한다고 전하며 외국인 투자가들이 우리나라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가 한국에서 올린 성과는 탁월하다 못해 놀랍다. 2004년 당시 92세이던 템플턴은 기아자동차의 주당순이익이 연 28%라는 장기 성장률을 보일 때 주가수익비율은 4.8이라는 것을 알아낸 후 기아자동차 주식을 그해 8월에 5000만달러어치 샀고, 2005년 12월까지 주가는 174%나 올랐다.

존 템플턴의 종손녀인 로런 템플턴이 쓴 ‘존 템플턴의 가치투자 전략’은 300쪽이 넘을 정도로 그의 전략은 방대하다.
그 핵심 전략으로는 싼 물건을 찾는 것, 분산투자를 하는 것, 사회·경제·정치적 분위기를 인식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대중을 따르지 말라’는 ‘역발상’ 전략이 유명하다.
템플턴은 주식을 고르는 일만큼은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지 말라고 말한다. 10명의 의사가 질병에 대해 같은 대답을 한다면 그들의 말을 따라야겠지만 10명의 주식 애널리스트가 특정 종목에 매수를 추천한다면 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사람이 선호하는 주식은 비싼값에 팔릴 수 없기 때문이다.
템플턴의 유명한 모토 중 하나는 “남들이 낙담해서 팔 때 사고, 남들이 살 때 판다”다. 또 다른 모토는 “길거리에 피가 낭자할 때 사라”다. 특히 주식투자자의 피가 낭자할 때가 바로 투자할 시기라는 것이다.
사실 주식이 떨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 계속해서 그 주식을 팔아야 한다. 즉 주식을 싸게 사려면 다른 사람들이 겁먹고 비관적이 되는 시기를 찾아야 한다. 물론 무턱대고 싼 걸 사는 것이 아니라 그 회사에 대해 충분한 분석을 통해 정확성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의 도움을 받아 그의 투자전략 중 6가지를 선정해 계량화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6개년 TTM 기준 PER 중 가장 최근 값이 나머지 5개의 단순평균 미만 ▲최근 2개년 TTM 기준 EPS를 사용하여 구한 EPS 증가율이 해당 값의 업종 평균 초과 ▲최근 6개년 TTM 기준 ‘EBITDA/매출액’ 중 가장 최근 값이 나머지 5개의 단순평균 초과 ▲최근 분기 기준 ‘장기차입금/자본총계’가 업종 평균 미만 ▲최근 분기 기준 ‘총자산/총부채’가 업종 평균 초과 ▲최근 분기 TTM 기준 ROE가 업종 평균 초과 등이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18일 선정된 종목은 총 5개로 영풍제지, 아세아페이퍼텍, 한국정보통신, 네오위즈, 제일바이오 등이다.
유병철 세계파이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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