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다크 나이트 라이즈’ 채워지지 않는 조커의 빈자리

입력 : 2012-07-19 09:01:22 수정 : 2012-07-20 10:53:49

인쇄 메일 url 공유 - +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연출의 ‘배트맨’ 시리즈 3부작 완결편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19일 개봉한다.

‘배트맨 비긴즈(2005)로 시작해 ‘다크 나이트’(2008), 그리고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까지. 놀런 감독의 3부작은 ‘배트맨’으로 시작해 ‘다크나이트’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놀런 감독은 1989년 팀 버튼으로부터 시작된 DC코믹스의 ‘배트맨’ 시리즈에 현실성을 불어넣으며 기존 영웅영화와는 차별화된 그만의 시리즈를 완성해나갔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개봉에 앞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공개됐고 호평이 쏟아지고 있지만, 전편에 비해 어딘가 아쉽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런데 ‘다크 나이트’를 좋아하는 관객들이 전 세계적으로 워낙 많고, ‘놀랍다’ ‘완벽하다’는 등 호평들이 줄을 잇다 보니 영화를 보고도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한 관객들은 “영화 볼 줄 모른다”는 식으로 매도(?) 당하는 이상한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세계영화사에 전무후무한 악인 캐릭터’라는 찬사를 받았던 조커(故 히스 레저)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고, 초월적 능력을 지닌 영웅에서 ‘그냥 인간’으로 강등된 배트맨은 전편보다 더 힘을 못 쓰는 듯 보였다.

주인공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이 배트맨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배트맨 비긴즈’는 국내 92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그도 그럴 것이 관객들은 악덕과 퇴폐의 도시 고담시를 위기로부터 구해내는 영웅이 아닌,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허덕이며 선과 악의 경계에서 철학적인 번민에 빠진 배트맨의 모습을 낯설어 했다.

전(前) 시리즈에 등장했던 펭귄맨, 캣우먼, 투페이스 등 만화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 과장되고 기괴한 비주얼의 악역 캐릭터 또한 찾아볼 수 없었다. 허우대 멀쩡하고 잘생긴 현실 속의 범죄자 라스 알 굴(리암 니슨)과 누더기 가면을 쓰고 환각가스를 뿌리는 크레인 박사(킬리언 머피)가 등장할 뿐이었다.

그리고 3년 후 나온 2편은 제목 자체에 ‘배트맨’을 뺀 채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로 거듭났다. 후면으로 물러난 배트맨의 자리를 조커(故 히스 레저)가 꿰찼고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조커는 ‘다크나이트’가 국내 관객만 406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흥행기록을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만큼 묵직한 카리스마를 내뿜었고, 고 히스 레저는 이 작품으로 미국 아카데미 역사상 두 번째 사후 수상자(남우조연상)가 됐다.

놀런 감독의 배트맨은 ‘다크 나이트’를 통해 새롭게 조명된 게 사실이다. 악을 처치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배트맨, 하지만 배트맨이 저지르는 또 다른 범법행위(폭력과 살인 등)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 논란거리였다. 2편 엔딩에서 배트맨은 법과 정의의 수호자였던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가 투페이스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이 그 죄를 뒤집어쓰기로 한다. 스스로 악인, ‘어둠의 기사’가 되기를 자처함으로써 조커 등 악인들로부터 야기된 혼돈(카오스)에서 세상의 질서를 지켜내려 한 것이다.

전편이 이렇게 끝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지막 편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대한 기대치는 상승했다. 4년 동안 ‘다크 나이트’를 기다려온 팬들과 마니아들의 폭발적인 관심은 예매율로 이어졌다. 개봉일인 19일, 영진위 집계에 따르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85.9%(오전 9시 기준)의 예매율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루스 웨인이 과거의 아픔과 고통, 슬픔을 털어내고 일어나 진정한 영웅으로 돌아와 주기를.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기다려온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이런 줄거리를 기대했을 법하다.

놀런 감독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메멘토’와 ‘인셉션’을 만들어 ‘천재감독’으로 칭송받아온 그는 영화 곳곳에 복선과 상징체계를 배치해 놀라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웨인이 심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일어나는 장면은 시간의 제약 때문이었을지 몰라도 비약이 심해 왠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벤허’나 ‘십계’의 기적 장면이 21세기에 등장한 느낌이었다.

최강의 적이자 절대악으로 등장하는 베인의 존재감은, 외모상으로는 묵직했지만, 조커에 비하면 미미했다. 조커가 인물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조종하며 살인게임을 즐겼다면, 베인은 명석한 두뇌를 지닌 행동파 테러리스트에 가깝다. 톰 하디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현실에 들어앉은 베인은 섹시한 광기와 숨 막히는 아우라를 내뿜었던 조커에는 한참 못 미친다. 한 마디로 무섭기는 하지만 매력은 덜했다.

보는 이의 몰입 정도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2시간 44분이라는 러닝타임은 결코 짧게 느껴지는 시간도 아니었다. 인상적인 항공기 하이재킹 오프닝신을 제외하고, 웨인이 내면과 육체적 고통에 맥을 못 추는 2시간여 동안은 관객들 역시 지루함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다. 단, 마지막 40분은 그야말로 ‘휘몰아치듯’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 따라서 그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극복하고 몰입해서 보느냐가 영화의 호불호(好不好)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