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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거꾸로 가는 정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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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쇄신 한다더니 방탄국회 웬말
의원불체포특권 성역이 돼선 안돼
일파만파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온 나라가 시끄럽다. 국민은 분노하고, 새누리당은 패닉(공황) 상태이다. 민주당의 논평은 날이 서 있지만, 비난 자격이 불확실하기에 공허할 따름이다. 어쨌든 정치에 대한 신뢰가 다시 한 번 무너지고 있다. 국회의원 특권 포기를 골자로 하는 신판 쇄신책을 보며 ‘혹시나’ 했던 마음이 ‘역시나’로 바뀌면서 또 속았다는 생각에 국민은 화가 난다. 정치권이 사안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했고, 민심의 준엄함을 망각했으며, 시대 흐름을 잘못 읽은 탓이다. 

최진우 한양대 교수·정치학
민심의 반발은 무엇보다도 배신감에서 비롯된다. 국민의 배신감은 크게 두 가지 이유인 듯싶다. 첫째, 여당과 야당이 지난달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베끼듯 하며 내놓은 정치 쇄신책을 잉크도 채 마르기 전 국회가 뒤집어버렸기 때문이다. 둘째, 체포동의안 부결의 수혜자가 된 정 의원은 사회적 약자와 서민이 가장 큰 피해자인 저축은행 비리의 당사자이다. 피해자는 고스란히 고통에 노출돼 있는 마당에 특권의 끝자락을 방패로 가해자를 보호하려 한 국회의 처사는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왜 이러한 국민의 노도 같은 분노를 정치권은 미리 감지하지 못했을까.

아마도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을 정치권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한 나라의 정치 발전 수준은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른 것 같다. 국민은 깨끗한 정치를 원한다. 권력의 오만함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다. 반면 정치권은 아직도 어쩔 수 없는 정치현실을 이유로 자신의 시대착오적 부정행위를 정당화한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웬만한 부정과 자의적 권력 행사에 국민도 체념적으로 무감각한 적이 없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투명성· 책임성·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작금의 사태를 보며 우리나라 정치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는 인상을 지울 길 없다.

물론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특권은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헌법이 정하고 있는 제도적 장치 중 하나이다. 날로 비대해지는 행정부의 권력 남용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불체포특권은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웬만한 민주국가에는 모두 있다. 정당한 이유가 있는 보편적인 민주적 제도인 셈이다. 그럼에도 지금 불체포특권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는 행정부의 권력 남용으로부터 입법부를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가 거꾸로 입법부의 특권 남용으로 귀결되는 현실을 거듭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방탄 국회가 대표적인 예이다. 오로지 국회의원의 체포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불필요한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동료 의원 감싸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불체포특권은 헌법에 명시된 사항이기 때문에 개헌을 하지 않는 한 일거에 없애버릴 수는 없다. 그리고 불체포특권의 폐지가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의 힘의 균형에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국회가 검찰 권력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불체포특권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도 문제다. 부작용이 적지 않았고, 국민의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일을 계기로 불체포특권의 존폐 여부가 아니라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맞출 필요가 있다. 과거에도 불체포특권에 대한 논란은 적지 않았다. 이번에는 가시적인 보완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진통 끝에 의미 있는 결실이 맺어진다면 우리나라 정치는 조금씩이나마 좋아질 것이다.

최진우 한양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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