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참석때만 작성… 총리 주재땐 전무
행안부 “법적 강제사항 아니다” 발뺌 정부의 최고 정책심의기구인 국무회의의 회의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가 3년 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국무회의 속기록을 남기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결과다. 이에 따라 밀실처리 논란이 일고 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논의 과정도 확인할 길이 없다. ‘기록이 없는 나라’의 단면이다.
청와대 대통령실은 2009년 8월 “8월4일 제32회 국무회의부터 회의 내용을 기존 회의록뿐 아니라 속기록 형태로 남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조선왕조실록의 대를 잇는 국정기록의 역사성을 계승하고, 정부정책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 국민과의 소통을 확대한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5일 국무총리실 확인 결과 지난달 26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7회 국무회의 속기록은 없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비밀리에 통과시키면서 속기록은 작성하지 않은 것. 이번뿐 아니라 최근 2년간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속기록이 작성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정보공개센터가 행정안전부를 통해 받은 ‘2010∼2011년 국무회의 관련 기록’ 가운데 지난 2년간 총리가 주재한 회의는 111건이 작성됐을 뿐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무회의 행정 사항은 우리 관할이지만 기록에 관한 것은 행안부에서 한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는 청와대에서 자체적으로 속기록으로 남기는데 이건 대통령 기록물”이라며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는 따로 속기록을 작성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으며 회의록으로만 남긴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하라고 했는데 왜 안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게 쉬운 게 아니다”며 “약간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결국 청와대의 발표는 3년째 공수표로 남아 있는 꼴이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되며 15년간 공개·열람이 금지된다. 국무회의 회의록은 행안부가 국무회의 규정에 따라 주요 발언내용을 정리해 작성한 것으로 회의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는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위해서라도 주요 회의 속기록 작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4일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국무회의와 장관급 회의 등 정부 주요회의의 속기록 작성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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