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한 소설이 대접받는 풍경은 새삼스럽다. 인터넷 공간에 생생한 대체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미국 여성들의 성심리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들 사이에서 인기 절정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엄마들을 위한 포르노(Mommy Porn)라는 별명으로 미국 전역의 여성들을 흥분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들에게 억눌린 욕구의 탈출구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태평양 건너편의 ‘야한 소설’ 호황은 마광수(61) 연세대 교수에게 각별한 느낌일 것이다. 그는 ‘야한 소설’로 정반대의 대접을 받았다. 호황을 누리기는커녕 감옥에 갇히고 폐인이 되다시피 했다. 강의 중 긴급 체포돼 구속됐고, 영원한 전과자가 됐다. 1995년 대법원은 그의 소설 ‘즐거운 사라’를 음란문서로 규정하고 유죄를 확정했다. 그렇게 ‘암흑의 40대’를 보낸 뒤 강단에 복귀했지만 그는 환갑이 지난 지금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26일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에선 누그러질 것 같지 않은 분노가 느껴졌다. 한국 사회의 이중성은 그가 혐오해 마지않는 특성이다. “집창촌만 두드려 부수고, 고급 룸살롱은 건드리지 않지 않나”, “(내 소설을) 외설적이라고 욕하면서 ‘야동’ 볼 건 다 본다”, “성에 대해 엄격한데도 인구당 성범죄 발생률은 일본의 10배다” ….
그의 책이 홀대만 받은 것은 아니다. ‘즐거운 사라’는 일본에서 번역 출간돼 10만권 이상 팔려나갔다. 주인공 ‘사라’를 놓고 엇갈리는 평가가 흥미롭다. 일본에서는 성에 능동적인 사라를 두고 ‘페미니즘 소설’이란 평이다. 거꾸로 한국에선 페미니스트들이 비판에 앞장섰다. 미국에서 인기인 그 ‘야한 소설’도 조만간 한국에 상륙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류순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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