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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지진때 군경이 조선인 학살"

입력 : 2012-06-25 19:20:54 수정 : 2012-06-25 22: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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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만에 침묵 깬 日 요코하마시… 중학교 부교재에 기술
1923년 9월1일 오전 11시58분. 일본 도쿄 인근 사가미(相模)만을 진원지로 한 규모7 이상의 대형지진이 세 차례에 걸쳐 5분 이상 도쿄, 요코하마시, 지바현 등을 강타했다. 이 지역은 삽시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마침 점심 때인지라 음식을 준비하던 불이 화재로 번지며 각 지역에서는 대형화재가 일어났다.

이 지진이 관동(關東·간토)대지진이다. 10만명 이상이 죽고 3만여명이 실종됐다. 20만채 이상의 건물이 전파 또는 반파됐다고 한다.

당시 일본 내무성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각 경찰서에 치안유지를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의 지시가 하달된다. “재난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는 무리가 있다. 조선인들이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를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

일부 신문은 이를 인용해 “조선인들이 폭동을 조장하고 있다”(매일신보 9월10일자)고 보도했다. 이는 다시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 약탈을 하고 있다”는 유언비어로 번져 나갔다. 대재앙에 대한 원망과 분노는 조선인에 대한 적개심으로 옮겨 붙었다.

일본의 재향군인과 청년회를 중심으로 자경단이 곳곳에 만들어져 조선인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도쿄를 흐르는 아라카와강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이때 숨진 조선인을 일본 정부가 233명이라고 우긴다. 그러나 조선인 피해는 6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국내 학계는 보고 있다.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피해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부인해온 ‘일본 군경에 의한 조선인 학살’을 시인한 중학교 부교재가 만들어져 요코하마시 시립중학교에 배포됐다고 산케이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일본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가 시립 중학교 학생 전원에게 배포한 부교재 ‘와카루 요코하마(알기 쉬운 요코하마)’의 2009년판 표지와 내용이다.
요코하마=연합뉴스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가 시립중학생 전원에게 배포한 올해판 부교재 ‘와카루 요코하마(알기 쉬운 요코하마)’는 “(도쿄에서) 군대와 경찰, 재향군인회와 청년회를 모체로 조직된 자경단 등이 조선인에 대한 박해와 학살을 자행했고 중국인도 살상했다”며 일본 군경에 의한 조선인 학살 사실을 적시했다.

부교재의 이 같은 기술은 관동대지진 시 자행된 조선인 학살의 주체를 좀 더 명확히 한 것으로, 양심적인 일본 학자나 한국, 중국 학계가 연구한 내용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일본 정부는 이를 일관되게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부교재 작년도판도 “정부가 계엄령을 발동해 군대를 요코하마에 출동시켰다. 이유는 자경단 가운데 조선인을 살해하는 행위로 나아간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적어 조선인 학살을 막기 위해 군경이 출동한 것처럼 교묘하게 기술했다.

‘와카루 요코하마’는 중학생이 요코하마시의 역사와 문화, 자연 등의 이해를 심화하기 위해 활용하는 부교재로, 해마다 데이터가 갱신되며 1학년생 전원에게 배포된다. 이달 초에도 약 2만7000권이 149개교에 전달됐다.

한편 산케이신문은 요코하마시 시립중 부교재 기술에 대해 ‘자의적’이라고 비판하며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거치지 않은 부교재가 문제를 드러냈다”고 트집을 잡았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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