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노래는 정식 군가로는 채택되지 못했다. 2절 가사에 나오는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가 ‘감상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노래 말고도 정작 군가보다 더 병사들에게서 사랑받았던 6·25전쟁이 만들어낸 명곡은 많다.
“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 소리 없이 나리는 이슬도 차거운데/ 단잠을 못 이루고 돌아눕는 귓가에/ 장부의 길 일러주신 어머님의 목소리”로 이어지는 현인의 ‘전선야곡’은 애절하다. 영화 ‘고지전’에서는 참호 속에서 병사가 이 노래를 부르지만, ‘전우야 잘자라’ 같은 전장의 노래는 아니다. 작사가 유호와 작곡가 박시춘씨가 1952년 부산 피난시절에 만들었다.
사실 6·25전쟁에서 전방과 후방을 나누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고통은 전방위로 널려 있었다. 남은 이들의 고통을 담은 노래가 더 많았다. 화약연기 속에 끌려간 님을 한탄하는 ‘단장의 미아리고개’나, 1·4후퇴 때 바람 찬 흥남부두에서 목을 놓아 불러보았지만 끝내 찾지 못한 ‘금순이’에게 어디에 있든지 ‘굳세어라’고 울먹이는 노래들이 그렇다.
피난지 부산 중앙시장 “사십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에게 울지 말고 속시원히 말이나 해보라고 “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러이 묻는” 노래(‘경상도 아가씨’)도 있다. “한 많은 피난살이 설움도 많아/ 그래도 잊지 못할 판자집이여/ 경상도 사투리에 아가씨가 슬피우네”로 이어지는 ‘이별의 부산정거장’은 ‘경상도 아가씨’의 속편처럼 들린다.
지금이야 노래방에서 취흥을 돋우는 정도로 남았지만 돌이켜 새겨보면 가슴 아픈 노래들이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9월21일까지 열리는 특별기획전 ‘전선야곡’에 가면 이 노래들을 담은 희귀 LP판을 보고 들을 수 있다. 6·25전쟁을 반영한 문학 미술 영화도 함께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조용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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