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가 바로 그런 회사입니다. 남들은 이상하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엔 하나도 안 이상하거든요. 아무리 애꾸들이 많이 사는 나라라고 하더라도 두눈박이를 장애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사장이면 무조건 비서와 운전기사가 있어야 합니까. 갓 입사한 사원이 맨 앞에 앉아 고객에 응대하는 게 과연 옳습니까. 조금만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행동을 우리는 관례라는 이름으로 너무 오래 유지해온 게 아닐까요.”
‘1박3일 올빼미 일본여행’ 같은 싸고 획기적인 상품을 잇따라 내놓아 크게 성공한 ㈜여행박사의 신창연 대표이사. 그의 경영방침은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신바람나는 회사를 만들고, 고객들에게는 국내 여행경비 정도로 부담 없이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돕는 것이다. |
“한마디로 자율·방임·책임입니다. 제 스스로 누가 명령하고 강요하는 걸 제일 싫어하기 때문에 각자 알아서 일하는 회사를 꿈꿨습니다. 신입사원 시절, 새벽녘까지 회식하고 아침 7시까지 출근하라거나 매기 싫은 넥타이를 매라고 강요하는 게 싫었습니다. 양복 입기를 강요하고, 와이셔츠는 또 왜 만날 흰색만 강요하는지…. 군대 생활이 힘들었습니다. 선임자들이 절더러 ‘군기가 빠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군기가 아예 안 들었다’며 고문관 취급을 했거든요. 하지만 군대에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제 마음대로 하다가 어느 정도 사람이 됐다고나 할까요.”
그의 경영방침은 ‘재미있게 살고, 재미있게 경영하자’이다. 검정고시로 고교 졸업 자격을 갖춰 군대를 다여온 후 뒤늦게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배운 신 대표는 ㈜여행박사 창업 전 10년의 회사 생활을 늘 인생의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30세 신입사원에게 27세 선임이 한강공원에 데려가 군가를 부르게 하는 ‘비정상적인 윗선, 권위적인 조직’에 적잖이 실망했다. 2000년 직원 3명과 함께 250만원으로 회사를 차리면서 그의 쓰라린 경험은 모두 회사 경영에 녹아들었다.
“쉬기 위해 즐겁기 위해 가는 게 여행인데 여행가이드가 내기 싫은 팁을 강요하고, 사기 싫은 쇼핑을 강요하고, 하기 싫은 옵션을 강요한다면 저란들 가만있겠습니까. 저 같은 성격에 당연히 불평·불만을 토로하겠지요. 넥타이 매기를 거부하다 자회사로 전출된 저였으니까요. 그래서 우리 회사는 처음부터 근무복장 같은 게 아예 없어요. 반바지를 입고 싶으면 반바지를 입고, 여행사답지 않게 슬리퍼를 신어도 돼요. 출퇴근도 탄력적으로 운영하죠. 하지만 자기 자신은 물론 회사나 고객과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합니다.”
㈜여행박사의 특징 중의 하나는 ‘직원 100% 금연 도전’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40∼50명의 골초가 있었으나 8월 이후엔 모두 담배를 끊었다. 회사의 금연 단속은 실정법 위반 선상에 있을 정도로 가혹하다. 지금도 이틀에 한 번씩 전 사원이 소변검사를 받고, 6개월에 한 번씩 모발 검사를 받는다.
“금연 캠페인 시작은 사옥 옆이 주유소라 사고 위험을 막으려는 이유와, 부산지점장이 과로와 흡연으로 건강 상태가 안 좋아진 사건이 계기였습니다. 물론 근무 시간에 담배를 피우려고 툭하면 자리를 비우는 것도 그렇고, 담배 냄새를 피우며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판단도 했습니다. 처음엔 반발도 만만찮았지만, 금연 캠페인 때문에 그만둔 직원은 아직 한 명도 없습니다.”
신 대표도 그 참에 담배를 끊었다. 금연에도 성과급이 주어진다. 1명이라고 피우면 그 팀은 연 1회 해외 워크숍을 취소하고, 반면 전 직원의 금연이 확인되면 직원 모두에게 연금보험을 들어줄 작정이다. 신 대표는 사원들끼리 서로 금연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며 홀로 빙그레 웃는다. 그는 또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사원들이 원하는 것은 다 들어준다’는 기본자세를 갖고 옵션제도를 운용한다.
신창연 ㈜여행박사 대표이사의 꿈은 200여명의 사원은 물론 회사를 믿고 이용하는 고객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
언뜻 보면 좀 지나친 것 같은 옵션이나 보너스가 실은 직원들을 회사의 주인으로 거듭나게 했다는 게 자체 평가다. 소사장제를 도입해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신바람나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신대표의 경영철학이 구현돼 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여행박사에 어려움이 없었던 게 아니다. 2008년 잘나가던 회사가 순식간에 무너졌다. 상장할 욕심에 2007년 8월 T사의 인수합병(M&A) 제의에 응한 게 화근이었다. M&A로 태어난 에프아이(FI)투어는 상장에 성공했으나 T사 측 경영진의 수백억원 불법 대출로 8개월 만에 상장이 폐지됐고, 급기야 파산 선고까지 받았다. 200여억원의 자산은 모두 채권단에 넘어갔다.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아 재출발을 했습니다. 모두 연봉 1원을 결의하고 초심으로 돌아갔지요. 여행업 자체는 잘 되고 있었는데, 위에서 돈 관리를 잘 못해서 그랬기 때문에 재기엔 별로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6개월 만에 정상궤도에 진입했습니다. 제가 사원들의 복지에 집착하는 것도 그때 얻은 교훈이 어느 정도 작용을 합니다. 나중에 잘해주는 것보다는 그때그때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 성과를 나누는 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여행박사의 자본금은 23억5000만원으로 신 사장을 비롯해 100여 명의 임직원이 지분을 고루 나눠 갖고 있다. 수익의 30%는 재투자하고, 30%는 성과급으로 나누고, 30%는 주식배상에 사용한다. 그리고 나머지 10%는 사회에 환원한다. 신혼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환갑의 부부들에게 중국 여행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은 물론 소년소녀가장에게 일본 여행을, 사옥을 예쁘게 잘 지어준 인부들에게 해외여행을 무료로 시켜준다. 얼마 전엔 장애인과 장애인을 돌보는 사람 40여명과 함께 남이섬에도 다녀왔다. 모든 경비는 직원들이 급여에서 1%를 기부하고, 그 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회사가 기부해서 마련한다.
마지막으로, 해외여행시 과도한 쇼핑·팁 강요 등 여행사와 가이드의 횡포 대책에 대해 물었다.
“여행사와 고객의 책임이 반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찾지 않으면 그런 엉터리 상품은 출시되지 않습니다. 29만원짜리 여행권을 끊고 290만원어치 대우를 원하는 한 고객과 여행사·가이드 사이의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겁니다. 싸게 가서 돈을 펑펑 쓰는 문화가 사라져야 합니다. 우리 회사가 그동안 일본 여행에 치중한 이유는 가짜가 없고, 팁 문화가 없고, 옵션이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바라는 ‘값싸고 즐거운 여행’이 바로 ㈜여행박사가 추진하는 지향점이지요.”
글·사진=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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