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은 흔하다. 들, 야산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알록달록해 눈에도 확 띈다. 적을 만나면 코브라처럼 머리를 치켜드는 모습이 위협적이다. 독도 뿜는다. 제대로 물리면 치명적이다. 인간에게 해만 끼치는 건 아니다. 자발적 의지는 아니겠으나 기여도 한다. 뱀의 독은 의학자원으로서 가치가 있다.
인간 생태계에도 꽃뱀이 흔하다. 남자를 유혹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여자들이다. ‘서식지’는 도처에 널렸다. 나이트클럽은 기본이다. 한정식집, 병원 등 예상치 못한 곳에도 출몰한다. 들판의 꽃뱀과는 다르다. 눈에 확 띄지 않는다. 위협적이지 않고 매혹적이다.
수법은 점점 치밀해지고 있다. 무리를 짓는 조직화 현상도 보이고 있다. “눈치 빠른 의사, 변호사는 피하라”, “술값이 비싸 남자가 놀라면 걱정하는 척하며 자존심을 건드려라” …. 16일 경찰에 붙잡힌 20대 안모씨는 여대생, 주부, 이혼녀를 모집해 꽃뱀으로 키웠다. 훈련받은 꽃뱀들은 나이트클럽에서 먹잇감을 사냥했다. 물린 남자들은 수백만원을 술값으로 뜯겼다.
한정식집이나 병원의 꽃뱀은 더욱 교묘하다. 이름이 알려진 인사를 골라 유혹한 뒤 거액을 챙긴다. 지방 소도시에서 치과병원을 운영하는 K(47)는 얼마 전 한정식집 식사 자리에서 유난히 눈길이 가는 여종업원에게 팁을 줬다. 그런데 며칠 뒤 성추행 혐의로 그 여종업원에게 고소를 당했다. 팁으로 만원짜리 몇장을 가슴께로 찔러준 게 화근이었다. K는 억울했지만 망신할 게 두려워 합의금 2000만원을 건넸다. 사건 당일 한정식집 일을 시작한 그 여종업원은 합의금을 챙긴 뒤 바람처럼 사라졌다.
생명을 위협하는 화학적 독은 없다. 그러나 인간 꽃뱀의 독은 그 이상으로 위험하다. 멀쩡한 사람을 패가망신의 구렁텅이로 처박는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연인이던 신정아씨는 과거 법정에서 “세간에선 나에게 꽃뱀이라는 저속한 표현을 쓰는데 건전한 이성으로 아름답게 만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그런 만남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속고 속이는 인간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엄연하다. 물리지 않는 게 상책이다. 갑자기 내게 다가온 예쁜 여자는 한번쯤 의심해볼 일이다.
류순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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