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기질하고 달구지 끌던 옛 기억은 싹 잊어라.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의 애잔한 추억일랑 접어라. 영화 ‘워낭소리’의 풍경은 어디까지나 영화의 얘기일 뿐이다. 지금 한국 농촌에선 트랙터 기계음이 새벽을 깨운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에 이은 두번째 기적이 움튼다. 한 세대 전 잠자리를 설치게 하던 ‘새벽 종’과는 차원이 다르다.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으로의 변신이 시작되는 것이다. 수많은 도시인이 연어의 꿈을 안고 회귀한다. 농촌 들녘에서 인생 이모작의 씨앗을 뿌리고 희망의 열매를 거둔다.
제2농업혁명의 산실은 바로 농촌진흥청 귀농귀촌종합센터다. 귀농인들은 거기서 인생 2막의 설계를 시작한다. 경기도 수원 센터 사무실엔 요즘 부농의 꿈을 안은 베이비붐 세대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귀농 하려는데 자금 지원이 있나요?” “딸기를 심을까요, 수박이 좋을까요?”
쏟아지는 질문에 상담직원들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진다. “자치단체에서 인정하는 귀농교육 100시간 이수, 영농 경력 석달 이상 등의 자격을 갖추면 정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요.” 상담을 맡은 김부성 지도관의 대답에 방문객의 얼굴이 금세 밝아진다. 정부 자금은 귀농 희망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에 사업계획서를 낸 뒤 심사를 통과하면 최대 2억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김 지도관은 “귀농 후 3년간 농사를 지어 전업농 자격을 얻으면 최대 10ha(3만평)를 살 수 있는 자금을 연 2% 이자만 내고 지원받을 수 있다”면서 철저한 사전 준비와 노력이 성공의 열쇠라고 조언했다.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 만난 김인수(53·가명)씨는 센터 직원의 도움으로 인생 이모작 준비를 마쳤다고 자랑했다. 그는 지난해 농진청의 ‘엘리트 귀농대학’ 과정까지 이수했을 정도로 열성 준비생이다. 지난해 대기업을 퇴직한 김씨는 “센터 소개로 1년여간 지방을 돌아다니며 선배 귀농인들을 만나 산채, 산나물 등 특용작물을 키우기로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다. 조만간 강원도 홍천에 터를 잡을 생각에 잠도 잘 오지 않는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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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귀촌 희망자들이 경기 수원 농촌진흥청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찾아 정부 지원과 귀농사업 등에 관해 상담을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
문의 폭주 현상은 무엇보다 귀농·귀촌을 바라는 50대 전후의 베이비붐세대가 많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농촌에서 블루오션을 찾으려는 젊은이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귀농·귀촌 가구는 2001년 880가구에서 지난해 1만503가구로 늘었다. 10년 새 12배나 급증한 것이다. 올해엔 2만가구 정도가 농촌에서 새삶을 택할 것이라는 게 정부 관측이다.
센터의 한 관계자는 “귀농·귀촌에 대한 꿈이 성공 스토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도울 계획”이라며 “앞으로 수요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 시·군센터 귀농담당자와 연계한 멘토링제 운영 등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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