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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獨·佛 다문화정책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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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아닌 함께하는 우리”… 배려·관용으로 ‘이방인’ 보듬다
국내 거주 이주민이 130만명을 넘어서면서 우리의 이웃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여전히 ‘이방인’으로 남아 있다. 특히 ‘오원춘 사건’과 같은 외국인 범죄가 발생하면 ‘제노포비아(외국인혐오증)’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된다. 이 같은 이민자들의 사회 통합문제는 우리보다 훨씬 먼저 다문화 사회를 이룬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여전히 ‘화두’가 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이민자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폭동이 일어나는가 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다문화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목소리도 잇따라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우리는 이주 역사가 짧은 만큼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경우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시간 내에 갈등없는 다문화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다문화 사회의 해법은 무조건적인 ‘동화’가 아닌 다양성을 인정한 ‘조화’에 있다고 강조한다.

독일 노이쾰른 자치구의 아르놀트 망엘코흐 이민국장이 이민자들과의 갈등이 발생한 지역을 지도에서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교육으로 사회통합 모색하는 독일

지난달 20일 베를린 시내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20여분을 달리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히잡을 쓴 여인들과 터키계 남성들이 거리 곳곳을 채우고 관공서 건물 앞에는 대낮인데도 맥주를 손에 든 아랍계 젊은이들이 길바닥에 앉아 있었다. 독일에서 이주민 통합 논쟁의 진원지라고 불리는 노이쾰른 지역이다.

이 지역은 인구 30만명 중 40%가 이주민들로, 1970년대 이전부터 터키를 비롯한 아랍계 이주노동자들이 정착해 살면서 그들만의 거주지가 됐다. ‘이주민=저소득층’이라는 불편한 공식이 적용되는 이 지역은 베를린의 대표적인 빈민 지역이다. 범죄율이 가장 높은 우범 지역이기도 하다.

노이쾰른 자치구의 아르놀트 망엘코흐(56) 이민국장은 “이주 노동자들은 교육 수준이 낮고 저소득층인 경우가 많다”며 “이 지역에는 100% 외국인 자녀들만 다니는 학교가 있고 이런 학교 가운데는 전교생이 기초생활수급자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하나둘 이 지역을 떠나고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아랍계 청소년들만 이곳에 남아 범죄자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빚어진다는 점이다. 망엘코흐 국장은 “이들을 독일사회에 통합시키려면 교육이 가장 필요한데, 무상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교육 기회를 거부하는 이들이 많다”며 “특히 이슬람 가정에서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만과 몰이해 때문에 국가를 신뢰하지 않고 여성들이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 하는데 이들을 학교로 이끄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섬’을 만들어 살아가는 까닭에 독일어조차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소통의 문제와 함께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독일 자치구 등은 지난 수년간 언어 교육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 통합 프로그램에 주력하고 있다. 노이쾰른 지역의 경우 독일 최초로 2009년부터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독일어 교육 등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이수토록 하고 있다. 인도주의재단(HVD)의 토마스 후미츠시 언론담당관은 “사회 문화적 통합을 위한 교육에 있어 가장 바탕이 되는 것은 독일어 습득”이라며 “다만 이 같은 통합 교육은 이민자들을 독일 문화 속에 흡수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문화적 배경을 인정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05년 프랑스 소요사태의 진원지인 파리 북동쪽 교외 클리시 수부아에서 사태 이후 시민단체 ‘AC LE FEU(자유·평등·박애·연합)’가 결성돼 이민자에 대한 차별 철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해당 단체의 사무실 입구.
◆프랑스, 동화주의에서 다문화주의로

유럽에서 가장 이민의 역사가 긴 나라이자 ‘톨레랑스’의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동화(同化)주의’에 입각한 사회 통합에 힘써 왔다. 이주민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되, 이들을 한데 녹여 프랑스식 가치로 재생산해내는 방식을 택했던 것이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이민센터 크리스토퍼 베르토시 소장은 “프랑스는 오랜 기간 출신 국가나 문화적 정체성은 배제하고 철저히 프랑스 시민으로서의 정체성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사회 통합을 꾀했다”며 “2005년 폭동 사태로 이 같은 동화주의에 대한 한계가 드러나면서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다문화주의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5년 발생한 폭동에 대해 ‘톨레랑스 제로’(불관용 원칙)를 외쳤던 당시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이주민에 대한 불편한 정서를 가진 사람들의 지지로 대통령에 선출되면서 프랑스의 다문화 정책은 이렇다할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다문화 논란의 중심에 있던 무슬림들에 대해 “‘프랑스식 이슬람’은 인정하지만 ‘프랑스에서의 그들만의 이슬람’은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다인종·다문화 정책을 전면 부정했다. 이번 대선에서 사르코지를 꺾고 당선된 올랑드 사회당 후보 역시 사르코지 정부의 다문화 정책의 실패를 성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베르토시 소장은 “다문화 정책을 정치 쟁점화하게 되면 사회통합을 해치게 된다”며 “다문화 문제는 정체성과 사회 통합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사회도 이민자들의 정체성을 인정하면서 이들이 무난하게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베를린·파리=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20120507022124 009/기/이슈와현장/인/이민자를 위한 호스피스단체 ‘동행’ 김인선 독일 노이쾰른 자치구의 아르놀트 망엘코흐 이민국장이 이민자들과의 갈등이 발생한 지역을 지도에서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img.segye.com/content/image/2012/05/07/20120507022124_0.jpg 1 8 09 6 저작자 표시 + 변경금지 N 20120507022106 [이슈&현장] 獨 호스피스 봉사단체 ‘동행’ 김인선 대표 20120507164444 20120507182118 20120507181731 독일 베를린에서 호스피스 자원봉사 단체 ‘동행(Mitgehen)’을 운영 중인 김인선(62·사진) 대표. 그는 이주민들에게 타국에서나마 평온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마지막 길을 ‘동행’해주고 있다.외화벌이를 위해 고국을 떠난 간호사와 광부들이 독일 땅에 ‘원조 다문화 사회’를 일군 지도 어느덧 반세기. 젊은이였던 그들이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쓸쓸한 죽음을 맞는 모습을 본 뒤로 그의 머릿속엔 피할 수 없는 소명의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김 대표는 “많은 이민자들이 죽음을 타국에서 맞는다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만 막상 고국에 간다고 해도 아무도 없다는 사실 때문에 힘들어한다”며 “특히 파독 간호사나 광부들은 3년만 열심히 일해서 한국에 돌아가려다가 결국 한평생을 억척스럽게 일만 하다가 독일에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1972년 어머니를 따라 독일로 건너간 뒤 40년간 ‘이민자’의 신분으로 살아온 그 역시 이 같은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30여년간 간호사 생활을 하던 중 베를린의 가톨릭 병원에서 호스피스 교육을 받으면서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결국 그는 2005년 그동안 부어왔던 생명보험금을 모조리 털어 이민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단체를 만들었다.독일에서 이민자를 위한 유일한 호스피스 단체인 ‘동행’은 지금까지 파독 간호사와 광부를 포함해 일본, 중국, 베트남, 태국 등 12개국 출신의 이민자 300여명의 마지막 길을 동행했다. 이 같은 공로로 2008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삼성문화재단의 비추미 여성대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이민자들의 외로운 죽음을 함께 해준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호스피스 봉사는 물론 일반 자원봉사 활동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들도 연간 150명이 넘는다. 그는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만큼 문화와 세계관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 없다”며 “언어와 감정을 이해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같은 나라 출신의 봉사자들이 그들의 가치관과 정서에 맞게 임종을 돕는다”고 말했다. 특히 유교나 불교 문화권에서 온 아시아인들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맞는 접근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지금까지는 임종을 앞둔 이들을 찾아가는 ‘재가·방문형 호스피스’를 해온 그는 독일 내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을 위한 ‘다민족 복지관’을 건립하는 게 꿈이다. 그의 사연이 국내에도 소개되면서 일부 국회의원과 기업들이 복지관 건립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한국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다민족 복지관’이란 점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그는 “베를린에는 200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동아시아인은 모두 합쳐 4만5000명이고 이 중 한국인은 5000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해야지 ‘한국인’이라는 틀에 집착하는 것은 시대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베를린=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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