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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불안증후군 환자는 수면 부족과 낮 시간 활동의 제약으로 인해 불안이나 우울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며, 장시간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시급하다. |
하지불안증후군은 움직이지 않고, 정적인 상태에서 사지에 불쾌한 감각이 나타나고 자꾸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일면서 움직여 주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고, 증상이 낮보다는 주로 밤에 더 심해지는 것을 말한다. 저녁이나 밤에 다리가 근질근질하거나, 뭔가 기어다니는 것 같거나, 저리거나, 막연히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심지어는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상 감각은 종아리 깊은 곳에서부터 일어나 어쩔 수 없이 다리를 떨게 만든다. 이 같은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해 살을 긁고, 주무르고, 발을 펴보지만 증상을 다소 줄일 뿐이며, 결국 잠에서 깨기 때문에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들은 불면증을 함께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정적인 상태에서 다리에 불편한 느낌이 나타나기 때문에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업무를 보거나 회의, 영화관람, 장시간 운전, 장시간 여행 등도 거의 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원만한 직장생활이나 대인관계가 어려워지고, 우울증 빈도도 높아지며 결국 삶의 질이 현저히 낮아진다.
특히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기 어려워 부산해진다. 이 때문에 교사에게 자꾸 꾸중을 들어 학교에 가기 싫고, 자신감이 결여되기 쉽다. 또 주의력 장애나 학습 장애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
◆어린이의 경우 성장통이나 주의력결핍장애와 혼동하기 쉬워
하지불안증후군은 소아에게도 나타나는데, 성장통이나 주의력결핍장애로 오인당하기 쉽다. 실제로 예전에 성장통이라고 간단히 넘겼던 아이들의 상당수가 소아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받은 사례도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왜 생기는 걸까.
전문의들은 특별한 이유없이 발생하는 특발성과 기타 여러 가지 내과적, 신경과적, 약물에 의해 2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특발성은 유전적 요소가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기타 이차적인 경우는 임산부의 20%, 혈액투석 환자의 20∼65%, 철 결핍성 빈혈환자의 31%, 말초신경병환자의 5.2%에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 조기에 발병하면 가족력을 가진 경우가 더 많고, 노년의 발병은 이차적인 경우가 많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다리마사지, 족욕, 가벼운 운동 등 비약물치료를 권하고, 심하면 약물로 치료한다. 약물 치료는 철분 결핍이 확인되면 철분을 보충해주고, 도파민 제재를 소량 복용하면 대개 1∼2주면 증상이 상당히 호전된다.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은 약물로 비교적 치료가 손쉬운 병임에도, 의료진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다리를 불편해하거나, 밤에 불면증이 생긴다면 증상을 귀기울여 듣고 하지불안증후군에 해당되는 건 아닌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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