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선진화법의 골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다수당의 일방처리 등 횡포를 막기 위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엄격히 제한하고 본회의에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를 도입한 것이다.
직권상정의 경우 천재지변이 있거나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때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여당의 단독 또는 날치기 처리 시도를 차단했다. 그동안 직권상정이 여야 대치의 직접적 빌미가 돼왔다는 점에서 그만큼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줄어든 셈이다.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으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3분의 1(100석) 이상의 요구가 있을 경우 허용하나, 중단을 요구하려면 5분의 3(180석)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해 여당의 일방적 국회운영에 제동을 걸었다.
이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는 장치도 마련한 게 국회선진화법의 두번째 특징이다. 필리버스터로 쟁점법안에 대한 처리가 한없이 지연돼 이른바 ‘식물국회’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사위에 120일 이상 장기 계류 중인 안건에 대한 본회의 상정 절차를 완화하는 신속처리제(패스트트랙)를 도입한 것이다. 예산안을 제외한 일반 의안에 대해 위원회 회부 후 3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안건이 상정되도록 하는 의안 상정 의무제도 도입됐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대상 법안으로 지정되는 기준이 재적의원의 5분의 3이어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종합하면 국회선진화법은 핵심 쟁점 법안의 단독처리 기준을 사실상 기존의 과반(150석)에서 5분의 3으로 늘렸다는 분석이다. 단독처리가 쉽지 않아지면 몸싸움 가능성이 낮아지지만 쟁점법안 처리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이 쟁점 법안에 대해 릴레이 반대 발언(필리버스터)을 이어가거나 표결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새누리당(150석)이 저지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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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몸싸움을 막기 위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제한하고 신속처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국회법개정안(국회선진화법)이 가결되고 있다. 김범준 기자 |
일각에선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됐다고 해도 몸싸움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법이 의장석과 위원장석 점거를 금지하고 점거해제 조치에 불응할 경우 징계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지만, 처벌 조항이 3개월 출석 정지나 수당 삭감 정도로 미약하기 때문이다.
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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