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파 사유화 시민들 피로 호소 ‘국민 영웅’ 잔다르크 탄생 600주년을 맞아 프랑스가 잔다르크 열기에 휩싸였다.
평소 조용한 도시인 오를레앙시는 1일(현지 시간) ‘잔다르크 탄생 600주년’ 축제가 시작되면서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를레앙은 잔다르크가 1429년 5월 치열한 공방전 끝에 해방한 도시다. 인근 강에서는 당시의 복장을 한 주민들이 수많은 목선에 나눠 타고 잔다르크의 오를레앙 입성을 기념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잔다르크 탄생 600주년을 계기로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지의 예술가 600명이 그린 다양한 잔다르크 초상화들이 4일부터 오를레앙 시청에 전시될 계획이다. 잔다르크의 일생을 기념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도 열리고 있다.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좌우 진영이 모두 ‘잔다르크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원래 잔다르크는 1, 2차 세계대전 당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인물로 부상했을 때만 해도 프랑스 좌파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우파가 잔다르크의 반외세 이미지를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1980년대 중반엔 극우주의자 장마리 르펜이 잔다르크를 자신이 창당한 국민전선의 상징으로 삼았다.
이번 대선 1차 투표에서 3위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던 마린 르펜 국민전선 당수는 이날 대형 잔다르크 깃발 앞에서 반이민 집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달 30일엔 좌파단체들이 파리 피라미드 광장의 잔다르크 동상 앞에서 극우파들의 잔다르크 사유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잔다르크를 둘러싼 좌우 다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프랑스인들은 잔다르크의 정치화에 반대하며, 그를 위기 속에서 프랑스를 구한 영웅으로 보고 있다고 프랑스 언론은 전했다. 장피에르 가벨로 오를레앙 부시장은 “모든 사람들이 잔다르크를 사유화하려 애쓰고 있으나, 이제 우리는 이번 축제를 통해 그를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잔다르크는 16세되던 해 “영국군을 물리치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백년 전쟁’에 참가해 프랑스를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구해냈으나, 프랑스 왕의 질투와 영국의 적개심에 희생돼 19세의 나이에 화형에 처해졌다.
조남규 기자 coolm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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